한국 펜싱 첫 2관왕 오상욱 "내 시대? 어펜져스의 시대!"[파리 2024]
[파리=뉴시스]안경남 김진엽 기자 = 한국 펜싱 사브르 '간판'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이 종주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펜싱 2관왕에 등극했다.
오상욱은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과 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달 28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오상욱은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쓴 오상욱이다.
개인전 금메달로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도 이뤘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로 이룰 수 있는 모든 영광을 거머쥐었다.
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로 파리올림픽 우리나라 선수단 첫 2관왕도 달성했다.
아울러 역대 올림픽 남자 사브르 종목에서 1996 애틀랜타 대회 스타니슬라프 포즈냐코프(러시아) 이후 28년 만에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올림픽 펜싱 사브르 2관왕이다.
오상욱은 "아시아, 한국에서 첫 2관왕 역사를 쓰게 돼 너무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조금 더 쉽게 끝낼 수 있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렇게 우승해도 다음에 저 선수를 만나면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잠깐 들었다"며 "이건 제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며 덧붙였다.
대표팀 후배인 도경동이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 것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 어펜져스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더 맞다"며 겸손해했다. 어펜져스는 어벤져스와 펜싱을 합친 말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애칭이다.
첫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박상원, 도경동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항상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왔다. 후배들도 이런 힘든 상황에서 이겨낸 걸 보면 저나 (구)본길이 형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하다"고 했다.
단체전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오상욱은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까 머리가 아팠다. 백지상태가 되더라"며 "동생들이 격려를 많이 해줘서 내 동작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도)경동이가 뒤에서 계속 응원을 해줬다"고 했다.
2020 도쿄 대회에서는 형들과 '어펜져스'로, 이번 파리에선 후배들과 '뉴 어펜져스'로 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낸 오상욱은 "솔직히 어펜져스가 더 세다"면서 "워낙 농익은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뉴 어펜져스도 힘에선 우위를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상원이 (도)경동이가 저한테 100점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들 의지만 있다면 뉴 어펜져스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 첫 올림픽 2관왕을 하고도 프랑스와 4강전 막판 실수를 거듭 아쉽다고 한 오상욱은 "동기부여가 더 생긴 것 같다. (김)정환이형, (구)본길이형처럼 더 노련해지는 게 목표"라고 했다.
마지막 올림픽을 치른 구본길이 물러나면 이제 오상욱이 맏형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똑같을 것 같다. 시상대에 오를 때 다 같이 어깨 동무를 한다. 그건 펜싱 앞에서 모두가 동등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실력 앞에서 형, 동생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오상욱은 준결승에서 프랑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그랑팔레 곳곳에 태극기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 팬들의 응원이 너무 잘 들렸다. 사방에 태극기가 보였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도쿄 올림픽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모두 코로나19로 미뤄지면서 파리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이제 좀 쉴 수 있을 것 같다. 여행도 가고 평범한 일상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사브르 단체전 최다는 헝가리의 7연패다. 오상욱은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진 연패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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