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9실점 와르르' ERA 2.19→3.95…5점도 못 지킨 마무리, 움직이지도 않은 벤치가 만든 '대참사' [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불펜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에서 믿었던 마무리가 또 무너졌다. 5점의 여유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제 뒷문은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김원중은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 10-5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⅔이닝 동안 투구수 35구,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5자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다.
지난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롯데의 선택을 받은 김원중은 입단 초 선발 투수로 차곡차곡 경험치를 쌓았다. 하지만 선발로는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하자, 2020년부터 본격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했고, 첫 시즌 5승 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로 활약했다. 그리고 이듬해(2021년) 61경기에 등판해 4승 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3.59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김원중은 2022시즌 2승 3패 2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3.98로 조금 아쉬운 시즌을 보냈으나, 지난해 롯데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는 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63경기에 나서 5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7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손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김원중은 롯데 소속 선수 최초로 100세이브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즌을 시작했다.
김원중은 시즌 첫 등판에서 SSG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면서 첫 패배의 주인공이 됐으나, 3월 3경기에서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0으로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4월에는 롯데의 부진으로 인해 세이브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9경기에 나서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고, 5월에는 6세이브, 6월에는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50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다. 롯데 입장에서는 김원중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고, 마무리를 원하는 다른 구단들의 관심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임팩트를 남겼다.
그런데 7월 일정이 시작된 후 김원중의 흐름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4로 앞서던 8회말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유지한 채 이닝을 매듭지었는데, 9회말 수비에서 삼성의 '뉴페이스' 루벤 카데나스에게 끝내기 투런홈런을 맞으면서 무너졌다. 문제는 이게 시작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김원중은 23일 LG 트윈스전에서도 1-1로 팽팽한 9회초 등판해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패전을 떠안았다.
좋지 않은 흐름은 이어졌다. 김원중은 25일 LG전에서도 6-5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에서 첫 타자 오지환을 삼진 처리한 뒤 오스틴 딘과 문보경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리는 등 2사 1, 2루에서 대타 구본혁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주면서 1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세 경기 연속 실점 속에서 김원중은 28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는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묶어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는 듯했는데, 이날 매우 충격적인 투구를 남겼다.
김원중은 타선의 활약 속에 10-5로 크게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뒤 첫 타자 오태곤을 2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후속타자 전의산에게 0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포크볼을 공략당해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더니, 이어 나온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최지훈에게는 초구 132km 포크볼에 안타를 맞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포수 손성빈이 마운드에 올라 김원중과 대화를 나누며 SSG의 흐름을 끊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이는 무용지물이었다.
김원중은 1사 만루에서 '신인' 정준재를 상대로 2B-2S에서 5구째 포크볼에 적시타를 맞아 스코어는 10-6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또다른 '루키' 박지환과는 무려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힘겹게 뜬공을 유도해냈고,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꿨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롯데에겐 3점의 여유가 있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승부에서 7구째 몸쪽 낮은 포크볼을 공략 당하면서 중월 동점 스리런홈런을 맞은 것. 결국 스코어는 10-10으로 균형이 맞춰졌다.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투입한 마무리가 무려 5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다잡았던 경기를 놓치는 순간이었다. 결국 김원중의 충격적인 '방화'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됐다. 롯데는 엔트리에 있는 모든 투수를 총동원해 SSG에 필사적으로 맞섰다. 하지만 연장 12회말 2사 1루에서 현도훈이 오태곤에게 역전 끝내기 투런홈런을 허용하면서 11-12로 대역전패를 당했다.
물론 김원중의 투구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조금 늦은 타이밍이지만, 박진이 몸을 풀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었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김원중이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박진을 투입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테지만, 최근 부진을 거듭하는 김원중의 모습을 고려했다면 움직임이 필요했다. 이는 롯데 벤치의 판단 미스이기도 했다. 결과론이지만, 박진은 10회말 'KKK' 이닝을 만들어내는 등 1⅓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김원중은 최근 '직구'로 상대 타자들을 찍어누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부진의 원인으로 보인다. 제아무리 포크볼이 좋아도, 연달아 같은 변화구를 던지면 타자들의 눈에 익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상대 팀들이 김원중의 투구 패턴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흐름이다. 때문에 최근 5경기에서 무려 9점을 내주면서 2.19까지 떨어졌던 평균자책점은 31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3.95까지 대폭 치솟았다.
지난 경기들에서의 아쉬움은 타이트한 상황에서 등판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5점차의 여유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마무리 투수야말로 불펜 투수들 중 가장 철저한 관리를 받으며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이다. 베스트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5점이라는 여유 있는 상황은 막아줬어야 했다. 최준용, 전미르, 최이준까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김원중까지 거듭 부진하면서 롯데의 고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됐다. 올 시즌 롯데가 겪은 패배 중 가장 충격적인 패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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