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하면 ‘3.3㎡당 1억원’인데…바람 잘 날 없는 한남뉴타운[비즈니스 포커스]

2024. 8. 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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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한동안 찾아보기 어려웠던 재개발 수주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용산구 한강변에 위치한 한남뉴타운(한남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이다.

지난해 서울시 조례가 개정되면서 기존에 ‘사업시행인가 이후’였던 서울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겨졌다. 아직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한남4구역이 일찌감치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 이유다.

오르내리는 이름도 쟁쟁하다. 업계 ‘투톱’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그리고 포스코이앤씨(2023년 종합시공평가순)가 시공권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올초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여의도 한양 이후 오랜만에 한판 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4구역 외에도 현재까지 한남뉴타운 시공권은 일명 ‘1군 건설사’가 차지한 상태다. 2016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1구역을 제외하고 2구역은 대우건설, 3구역은 현대건설이 수주했으며 입찰을 진행 중인 5구역 시공사 역시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위권 건설사들이 앞다퉈 한남뉴타운 수주에 나서는 이유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수익 외에도 상징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어느새 강남을 위협하는 부촌이 된 용산구 한남동에 자사 브랜드를 단 고급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출간한 ‘한남동 심층분석’ 보고서에서 한남뉴타운 입지와 인근 아파트 시세(나인원 한남, 한남 더힐 등)를 고려해 한남뉴타운 재개발 후 입주 시 시세가 3.3㎡(평)당 1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20년이 다 돼가는 한남뉴타운 사업은 또 다른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조합원들은 남산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한 고도제한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압구정, 여의도 등 다른 한강변 지역에는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한남뉴타운 각 구역에는 각종 이권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총 사업비 8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사업 속도가 빠른 3구역조차 거의 4000명에 육박하는 조합원 간 갈등과 시공사와의 분쟁에 직면하고 있는 상태다.

 

 조합장 선거 앞두고 이슈 만발

2020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한남3구역은 순풍에 돛단 듯 사업을 진행시켰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먼저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은 뒤 최초로 진행한 시공권 입찰은 현대건설 외에 GS건설과 DL이앤씨가 치열하게 승부수를 띄우며 흥행했고 한남뉴타운의 이름값을 올렸다.

현대건설로부터 입찰보증금으로 받은 1500억원과 금융권 대출을 통해 관리처분인가에 이어 이주까지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시장에선 한남뉴타운 최대 단지의 이주와 철거, 그리고 최초로 진행되는 일반분양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잡음 또한 이어졌다. 2021년에는 관리처분 신청을 앞두고 감정평가(종전자산평가) 결과에 대해 일명 ‘쪼개기 지분’ 등 적은 대지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들과 상대적으로 지분이 큰 단독주택 조합원, 아파트 조합원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조합원마다 보유한 물건이 다양한 재개발 사업에선 비교적 흔한 일이다. 지난해에는 상가를 보유한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조합원 분양가격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처분 신청을 완료했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현대건설이 사업 수주 당시 내걸었던 ‘현대백화점 입점’ 공약의 실현 가능성 여부부터 최근 조합이 조합 정관을 어기고 이사회 결의 없이 1500억원 입찰보증금을 현대건설에 반환한 점, 법무사 용역비를 업무를 완료하기 전에 지급한 점 등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입찰보증금 반환과 법무사 용역비 문제는 올해 6월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사실화됐다.

이에 대해 조합장은 “정관을 따르지 않은 것은 맞으며 입찰보증금은 현대건설에 이자를 지급하며 보는 손해 때문에 반환했고 용역비는 용역을 착수하면 지급하기로 한 계약에 따라 지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11월로 예정된 조합장 등 임원선거를 앞두고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제기되는 문제 대부분이 조창원 조합장 체제의 현 조합과 시공사 등 업체가 얽혀 있어서다. 앞으로는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상도 남아 있다. 몇 년 전 도급계약 체결 당시 공사비는 3.3㎡당 546만원에 불과했다.

 

 수주 출혈 경쟁, 부메랑으로

일부 문제는 시공사 선정 당시 출혈 경쟁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한남2구역 수주전 당시 대우건설은 현 규제상 90m인 고도제한을 118m로 완화하겠다는 일명 ‘118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결국 대우건설은 롯데건설을 꺾고 한남2구역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아직 118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 또한 불분명하다.

건설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조합원들 역시 파가 갈려 갈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업 규모 대비 조합원 수가 적어 사업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한남4구역은 입찰 시작 전부터 이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건설사는 한남4구역 이사회가 지난 7월 11일 의결한 시공자 선정 계획서상 입찰지침서 변경을 요청했다. 입찰지침서에 포함된 책임준공확약 등이 일종의 독소조항으로 자사의 사업심의를 통과하기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불공정 시비가 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쟁사는 조합 측에 “공개된 바 없는 조합 내부자료를 입수해 변경까지 요청했다”며 “일부 조합원과 대의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한남뉴타운 조합원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사 모두 암암리에 OS요원을 통한 홍보 및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수주전이 과열됐던 한남3구역의 경우 정부 합동 단속반의 점검까지 받은 끝에 시공사 재입찰을 하면서 사업이 다소 늦어졌다.

현재 제기되는 갈등이 모두 해소되더라도 사업 진행은 여전히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다. 가장 지대가 높아 최고 14층으로 제한된 한남2구역 외에도 한남3구역이 고도제한 완화를 통한 재정비촉진계획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한남3구역은 구역 면적은 넓지만 뉴타운 지정 직전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사업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기존 설계상 건폐율 또한 42%로 매우 높은 편이라 층수를 높여 일반분양 가구수를 늘리고 더 쾌적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한 한남3구역 조합원은 “현 집행부가 고도제한을 풀기 위한 서울시 대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조합원들도 모르던 입찰보증금 반환 등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뉴타운 내에선 저지대에 속해 층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4구역과 5구역도 점차 고도제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조합원은 “전에는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한남2구역만이 고도제한으로 손해를 본다고 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 않다”며 “같은 한강변인 여의도와 압구정은 고도제한 없이 고층 아파트를 올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형평성 문제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쉽게 양보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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