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왔다면…‘분홍 버스’를 부르세요

수요응답형 ‘투어버스’…앱으로 호출 땐 30분 이내 도착
하루 무제한권 3000원…효율적 이동에 이용객들에 인기

지난 30일 오후 광주 광산구 KTX 송정역 앞. 김창석(68)·박임정(62)씨 부부가 타고 온 버스에서 내리며 “잘 놀다 간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떠나는 버스를 향해서도 계속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경기도에서 여행을 온 김씨 부부는 “개인 가이드와 함께 차량을 타고 다닌 것처럼 편안했다”고 말했다.

부부를 안내한 15인승 분홍색 승합차 ‘광주투어버스(사진)’는 광주시가 지난 23일부터 운행을 시작한 수요응답형(DRT) 버스다. 이용자가 원하는 정류장으로 부르면 버스가 찾아온다. 일부 지역에선 마을버스를 이 같은 방식으로 운행하기도 하지만 관광버스에 적용한 것은 광주시가 처음이다.

광주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해 668만명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역 방문객 규모는 매년 30만명 이상 꾸준히 늘고 있으나 종전의 투어버스를 타고 광주를 둘러보는 비율은 저조했다. 최근 3년간 하루 평균 탑승객이 10여명에 불과했다.

관광객의 외면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정해진 노선만 따라가는 데다 배차 간격도 길어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광주시는 신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운행 방식을 개선했다. 탑승객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지정된 정류소 7곳으로 호출하면 늦어도 30분 이내에 버스가 도착하게 했다. 정류소는 비엔날레 전시관·국립아시아문화전당·양림오거리·사직전망대·광주송정역·광주공항·유스퀘어터미널 등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인공지능(AI)이 이용자가 호출한 정류장과 가까이 있는 투어버스에 자동으로 신호를 보내 노선을 실시간으로 설정한다. 여기에 도로 상황을 반영한 최적 경로를 생성해 빠른 이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버스 안 모니터에는 이용객별 도착 장소·시간 정보와 함께 관광지를 설명하는 영상이 나온다. 운전기사가 승객들에게 지역 맛집을 추천하기도 했다. 특히 버스는 탑승객이 지정하지 않은 목적지에는 서지 않아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버스는 45인승 대형이 아닌 15인승(3대)과 25인승(1대)으로 크기를 줄여 좁은 골목길도 통행할 수 있게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하루 3~9회 운영하던 기존 투어버스는 평균 2시간씩 대기했지만 수요응답형으로 바꾸고 나선 대기 시간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차선이 좁아 이동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한 접근성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광주투어버스는 1회권으로 탑승하면 요금이 성인 1700원, 청소년 1350원이지만 3000원짜리 무제한권을 앱으로 구입하면 하루 종일(오전 8시~오후 10시) 횟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승하차가 가능하다. 1회권은 차량에 설치된 단말기로 결제할 수 있고, 일반 대중교통과 환승도 가능하다. 한 30대 이용객은 “요금이 저렴하고 관광 정보도 알 수 있어 택시보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호출 방식 전환 후 광주투어버스 이용객은 평일 30여명으로 3배 정도 늘었다.

광주시는 한 달간 이용률·승객 반응을 분석해 경유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투어버스가 광주 관광 스마트 모빌리티 도입의 첫걸음인 만큼 많은 관심과 이용을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