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생존 버틴 LGD·SK온, 자금난 해소 속도전
LG디스플레이와 SK온이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낸다. 양사는 모두 실적 회복만으로 이자비용과 추가 설비 투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LG디스플레이는 해외 공장 매각, SK온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 매각을 검토하며 생존 전략을 찾는다.
양사는 오랜 기간 사업 부진으로 인해 ‘적자(赤字)’ 생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7개 분기 영업적자 끝에 2023년 4분기에 흑자전환했지만, 올 1분기부터 다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SK온은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가 최우선 과제다. 2024년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279%로 2021년 말(158%) 대비 크게 치솟았다. 2022년 1분기 13조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2023년 말 기준 17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기준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13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조원대 자금 유입이 가능한 광저우 LCD 공장 매각에 희망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국내 LCD 패널 공장을 정리한 후,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두고 1년 이상 중국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7월 25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광저우 LCD 공장 매각 관련 질문에 “뭔가는 진행 중이고 진척이 있는 것은 분명하며, 좀 더 구체화되고 있다”며 “다만 어떤 방법이든 그 정도의 자산을 저희가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꽤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와 CSOT는 광저우 LCD 공장 인수액을 놓고 저울질하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조원쯤으로 관측된 매각 대금은 최근 2조원 이상으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 조급한 투자보다는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하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LCD 공장 매각 협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10개 분기 연속 누적 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부채 규모는 23조원에 달한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23조396억원) 대비 2023년 말 50조7592억원으로 두배 이상 불었다. SK온에 차입보증을 서왔던 SK이노베이션은 3월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이자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SK온의 연간 설비투자(CAPEX) 규모는 2022년 5조원, 2023년 6조8000억원, 올해 7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까지 20조원쯤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앞으로도 10조원 이상의 설비투자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체력을 키우기 위한 첫 전략으로 합병을 선택했다. 1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SK온과 합병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원 규모의 추가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합병과 별개로 지속 거론되는 것은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이다. SK그룹 내부에서도 이차전지 사업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SK온에 ‘선택과 집중’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리막 사업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인수 측 의사에 따라 보유 중인 SKIET 지분 61.2% 중 일부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IET의 시가총액은 2조6594억원(7월 31일)으로, SK이노베이션 보유 지분 가치로만 1조6300억원에 달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7월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SKIET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 “장기적 경쟁력 차원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IT조선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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