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로드] 발사체 기술 IP 소유권 갈등…또다른 '성장통의 서막'(중)

박정연 기자 2024. 8.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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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사 준비 자동 제어시스템과 발사대 장비 제어 시스템 이상 상황 점검 및 조치를 완료한 누리호가 발사대에 기립해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고도화 사업 및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서 체계종합기업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앞으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IP) 대부분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법무법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앞으로 개발할 기술의 대부분이 항우연에 귀속된다면 이 기술을 사용해 우주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항우연에 기술료를 내게 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3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내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민간 기업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뉴스페이스 전환 과정에서 이같은 갈등은 예고된 '진통의 서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중심의 연구기관이 주도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그간 축적된 발사체 기술의 IP 소유권이나 기술료 지급을 둘러싼 갈등을 놓고 관련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화의 문제제기에 당면한 항우연의 입장은 다르다. 차세대 발사체 체계종합기업 계약 당시 항우연이 기술 대부분을 소유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개발사업 자체가 정부 예산으로 진행돼 IP 관련 규정, 유관 법령 등을 협상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IP 관련 문제제기를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항우연은 "보안 및 국방 등 특수성을 띠는 기술은 법적으로 기업에 소유권을 넘길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항우연 측이 기술이전 소유권을 갖지 못하면 향후 다른 우주항공산업 기업과 공동 연구를 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들고 있다. 공동소유할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없지 않는 데다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개발한 기술을 특정 기업에 몰아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에 따라 연구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인센티브)이 대폭 감소할 것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업 발사를 추진하고 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주체인 한화는 발사체 기술 IP 관련 기술료가 시장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 정부 사업 절대적인 우주산업…"출연연이 기술이전 소유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

우주항공산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이전 소유권을 둘러싼 항우연과 기업 간의 갈등 양상이 형성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국내 우주항공산업 주요 대기업으로 꼽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일화가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AI가 위성사업에 뛰어든 초창기 당시 KAI는 항우연 측에 인공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이전을 원했지만 결국 서로가 원하는 조건이 맞지 않아 이전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KAI는 이탈리아 기업과 공동 연구를 통해 처음부터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게 됐다.

우주항공기업 한 관계자는 "우주분야는 다른 분야보다도 특히 기술이전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기업들에게 고기를 잡는 법은 알려주지 않고 고기만 주니 기술역량이 성장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갈등의 근본적인 책임은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우주산업 생태계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발사체 사업의 중장기적 '먹거리'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사업이 중심인 항우연 같은 출연연과 기업이 기술료와 같은 단기적 이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우주항공청의 조율 역할은 물론 출연연구기관 주도 우주기술개발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누리호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 발사체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발사체들을 사용해 어떻게 경제적 이득을 얻을지, 이러한 사업 이후에는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할지 계획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우주항공산업이 원활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수요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란 이야기다. 이 교수는 "큰 투자금을 미래에 회수할 방향성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은 당장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주비행체 추진기관 전문가인 김정수 부경대 기계공학과 교수도 "한국 우주항공 산업계는 우주 선도국과 비교해 열악한 투자와 체계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며 "크고 작은 기업들이 안심하고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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