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영호 · 김지연도 못한 2관왕…한국 '최고 검객'은 이제 오상욱
유영규 기자 2024. 8. 1. 05:42
▲ 오상욱
한국은 세계적 펜싱 강국답게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검객들을 여럿 배출했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선수는 김영호입니다.
김영호의 2000 시드니 올림픽 남자 플뢰레 개인전 우승은 한국 펜싱 역사에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록됐습니다.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199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해 한국 펜싱에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김영호로 시작한 한국 펜싱의 '금맥'은 김지연이 계승했습니다.
김지연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는 한국 여자 선수가 거둔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고, 사브르 종목에 나온 첫 개인전 우승이기도 했습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후배 윤지수(서울특별시청), 최수연, 서지연(이상 안산시청)과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 한국 여자 사브르의 첫 단체전 메달도 일궈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는 2013년 부다페스트 대회 3위가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김지연 이후 끊길 뻔했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의 계보는 박상영의 등장으로 다시 이어졌습니다.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할 수 있다'를 되뇌고 5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15-14의 대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상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영웅이 우뚝 섰습니다.
이들 모두 내로라하는 금메달리스트지만 '후배' 오상욱(대전광역시청)과 성과를 비교하면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상욱은 1일(한국시간) 각자의 시대에 최고의 검객으로 우뚝 선 선배들도 하지 못한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지난달 28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 세계의 강호들을 모두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나흘 후 열린 단체전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동료들과 함께 섰습니다.
오상욱은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과 합을 맞춰 캐나다, 프랑스, 헝가리를 차례로 꺾고 올림픽 2관왕과 단체전 3연패의 대업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이로써 오상욱이 수집한 올림픽 금메달 수도 3개로 늘었습니다.
전체 종목을 통틀어 우리나라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이는 진종오(사격)와 김수녕(양궁·이상 4개)입니다.
1996년생으로 27세인 오상욱이 30대 중반까지 기량을 유지한다면 두 차례 더 올림픽에 나설 걸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금메달을 하나만 더 추가해도 펜싱을 넘어 우리나라 스포츠의 전설로 꼽히는 진종오·김수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오상욱이 올림픽에서만 성과를 낸 것도 아닙니다.
오상욱은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습니다.
이 역시 펜싱 금메달리스트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성취입니다.
동시에 오상욱은 유일하게 '개인전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한국 펜싱 선수이기도 합니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2019년과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도 우승해 그랜드 슬램을 이뤘습니다.
여기에 올림픽 단체전에서 두 차례(2020 도쿄, 2024 파리) 금메달을 딴 점까지 고려하면 역대 한국 펜싱 선수 가운데 경력이 독보적입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키가 192㎝로 서양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당당한 체구를 갖춘 오상욱은 세계선수권 우승을 이룬 2019년부터 이미 '펜싱 몬스터'로 불렸습니다.
중학교 때 키가 크지 않아 연마했던 기술과 기본기가 큰 체격을 갖춘 이후에도 그대로 남아 부족한 능력이 없는 선수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 단체전을 모두 제패한 후 부상 탓에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한 오상욱은 재빨리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는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김정환, 김준호, 구본길과 함께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의 일원으로 활약한 오상욱은 이제 '뉴 어펜져스'의 둘째 형으로, 매번 각국 간판선수와 맞붙는 에이스 역할을 흠 없이 수행했습니다.
파리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한 구본길이 이탈한 후에는 리더와 에이스 역할을 동시에 맡아야 해 한국 펜싱에서 커진 위상만큼이나 어깨에 짊어질 짐이 더 무거워질 전망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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