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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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문화를 주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에선 외국인을 학생·소비자·노동자로 불러들이기 바쁜데, 이들의 교육과 정착을 담당하는 주체는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국가에 진입한 독일에서는 과거 이주 정책을 뼈저리게 비판하며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와서 사람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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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문화를 주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울산 정착기를 다룬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를 펴내면서다. 절박한 현장들이 많았다. 이주 배경 학생이 30%가 넘는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번역 앱 파파고로 러시아어를 돌려가며 수업한다. 경북에서 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이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 ‘한 번도 공존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그만큼 분리되어 있었다. 20년 차 한국어 교원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에선 외국인을 학생·소비자·노동자로 불러들이기 바쁜데, 이들의 교육과 정착을 담당하는 주체는 없다는 것이었다. 북토크 때마다 뜻밖의 성토대회가 열리곤 했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주제였다. 책에는 ‘울산 동구의 시도가 다문화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참조가 되길 바란다’고 썼지만, 이미 지역 곳곳에선 그 이상의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듯했다. 흔히 이민 국가가 되면 갈등이 폭발할 거라 하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주민 때문이 아니라 이주민을 둘러싼 행정과 정치의 부재에 대한 성토에 가까웠다. 외국인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질문을 받고 쩔쩔매는 기자를 걱정했는지 북토크 말미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역 정치인들이 와야 하는 자리였네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독자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주민 이슈는 표가 안 되잖아요.”
여당 당권주자를 뽑는 선거를 보며 ‘이주민 이슈는 표가 안 된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나마 정책 토론 비중이 높았다고 평가받는 7월16일 채널A TV 토론회에서다. 나경원 후보는 외국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을 깨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면 그것도 논의해보자”라는 주장이 더해졌다. 원희룡 후보는 찬성 입장, 윤상현 후보는 특별법 형태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적응을 잘할 수 있는 사람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TV 토론이 끝난 다음 날,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민간 가사관리사 비용보다 21.7% 저렴하다는 문구가 보였다.
이주민 이슈로 표를 얻으려는 세계에서 인력·관리·비용 같은 말들만 나부낀다. 정작 표를 쥔 한국인 유권자들이 정치인들보다는 나아간 고민을 하고 있다. 다치거나 죽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지를.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국가에 진입한 독일에서는 과거 이주 정책을 뼈저리게 비판하며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와서 사람이 떠난다. 이주 정책을 제대로 다룰 정치인이 우리에게 있는가.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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