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돌풍〉이 아쉬웠다면 이 책을 보라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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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자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어." 드라마 〈돌풍〉에서 배우 설경구가 읊은 대사다.
〈돌풍〉을 비롯한 한국 정치 드라마의 납작한 현실 재현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물론 드라마와 무관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고,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이끌었던 정치인 우상호가 민주당의 25년사를 돌아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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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자들이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었어.” 드라마 〈돌풍〉에서 배우 설경구가 읊은 대사다. 드라마는 이른바 ‘민주진보 진영의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집단이 위선적이고 타락했다고 비판한다. 용기 있는 문제 제기이긴 하지만, ‘한때 정의로웠던 인물들이 변했다’는 설정만 있을 뿐 인간 존재들의 구체적인 고뇌와 기쁨과 좌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공허하다.
〈돌풍〉을 비롯한 한국 정치 드라마의 납작한 현실 재현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한다(물론 드라마와 무관하게 추천하는 책이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고,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서 이끌었던 정치인 우상호가 민주당의 25년사를 돌아본 책이다. 한국 정치사의 한 축을 담당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당이, 어떻게 당 지지율이 8%까지 떨어졌던 시절을 지나와서 최다 의석을 보유한 정당으로 올라섰는지 생생하게 기록했다. 책이 다루는 것은 민주당의 역사이지만, 동시에 ‘86세대 출신’ 우상호가 기록한 ‘민주당 86 정치’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들이 꾸었던 꿈과 부딪힌 한계, 반성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영호남이 아닌 강원도 출신에, 어떤 계파에도 속해 있지 않았던 우상호는 정치 인생 내내 “중재하고, 조정하고, 사람들을 한군데 모아서 일이 되게 만들고, 대장은 다른 사람 시키고 그런 일들”을 해왔다(6월21일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 인터뷰). 각자의 명분과 욕망을 가진 개인들을 움직여 일이 되게 만드는 ‘조정자’의 시선이 책 한 권을 관통한다. 극단의 시대에 복원해야 할 정치의 모습이 거기 담겼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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