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안 오고 '촉탁의' 채용도 어려워…병원들, 인력·재정난 심각
정부, 의료개혁 속도…상급종합병원 구조, 면허제도 손본다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 지원자가 극소수에 그치면서 전공의 의존도가 높던 상급종합병원의 운영 어려움은 가중될 처지에 놓였다. 일반의라도 뽑으려 하나 이마저 녹록지 않고 의료공백 장기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126개 수련병원은 전날(7월 31일) 오후 5시 지원 접수를 마감했다. 총 7645명 모집하나 지원자 수는 병원별로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를 접한 뒤 집단으로 이탈해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반기 모집에 무관심한 데다 복귀자에 대한 의사들 내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복귀 전공의들의 실명이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또는 텔레그램으로 유포된 데 이어 최근에는 병원들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촉탁의 형태로 채용되거나 채용공고에 응시한 사직 전공의에 대한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메디스태프에는 "A병원 B진료과 C선생님 감사합니다. 사직당하시고 나서 이번에 일반의로 재취직하신다고요? 덕분에 교수님들이 수술할 수 있다고 좋아하시네요"라는 내용 등이 올라오고 있다.
병원장 A 씨는 "사직 전공의들이 대학병원 촉탁의, 당직의사 채용 지원 현황을 공유하며 채용된 이를 엄청 비난하고 신상을 턴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에 안 들어올 것"이라면서 "국립대병원이 한두개 망할 정도여야 사태에 변곡점이 생길 수 있겠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여러 병원을 둔 의료원장 B 씨는 "촉탁의 채용도 쉽지 않다. 사직 전공의들이 대학병원 근무를 원치 않는다. 개원가 취직자리가 없을 때가 돼야 본인이 수련받지 않던 다른 대학병원 촉탁의 정도로 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B 씨는 또 "하반기 전공의 지원자가 저조할 거라고 봤다. 사태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반기 모집은 이렇게 마친 뒤 이제 정부와 전공의가 마주해 협상했으면 좋겠다. 전공의 외 의사들은 중재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현장의 시름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병원에는 전공의 없는 현 상태가 최소한 다음 선발 때인 내년 3월까지 6개월 더 이어지게 됐다. 진료와 수술을 대거 축소하면서 버티다 보니 재정난에 경영 상태가 안 좋아진 건 물론 장기적으로 의사 배출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던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하는 등 의료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을 5~15% 줄여 중등증 환자 비율을 줄이고 전문의와 PA 간호사를 활용한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전날 기자 대상 설명회에서 "외래이용과 입원 등을 줄이며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는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전공의 업무를 PA 간호사가 하는 등 여러 방안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인력수급 추계·조정 체계 합리화, 중증·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1차 개혁안을 8월 말까지 내놓는다. 이후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 관리 강화, 실손보험 구조개혁, 전공의 수련 혁신 방안 등을 12월 2차 개혁방안으로 발표한다.
내년에는 의사 면허제도 선진화, 재택의료 등 초고령사회 대비 의료전달체계 확충, 미용의료 관리 개선 방안 등을 발표한다. 2~3차 개혁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쟁점이 많은 과제라 공론화, 조정·중재를 거쳐 개혁방안 및 이행 로드맵을 제시한다.
복지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를 통해 의사면허 관리 방안으로 개원면허 도입, 면허갱신제 등이 거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개원면허 도입은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만 개원 권한을 받는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면허제도 선진화 필요성이 있어 향후 구체적 방안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향후 면허제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때 특위 논의와 의료계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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