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금융혁신서비스의 양면

배규민 기자 2024. 8. 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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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금융혁신서비스를 시작할 때 불공정경쟁 방지 등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집행을 통해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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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보험 뭐 가입하면 좋아요?"

담당 기자가 된 이후 지인으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최근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할 것 없이 건강보험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어떤 상품이 좋다고 특정하기 어려운 게 보험이다. 개인의 자금 능력,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어떤 상품에 가입할지, 특약을 어떻게 가져갈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다. 가입 후에도 실직 등 상황이 바뀌면 보험료를 조정하거나 특약을 빼거나 추가하는 등 사후 또는 수시 조치도 필요하다. 은행의 대출, 예·적금 상품과 가장 큰 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복잡한 보험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7월 11개 핀테크 사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의 플랫폼을 통해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 1월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저축보험, 지난달에는 펫 보험·해외여행자보험 비교 서비스를 각각 내놨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초기부터 삐걱거린다. 펫 보험은 회사별로 취급하는 상품이 달라 그 기준을 놓고 보험사 견해차가 크다. 그렇다 보니 초기 참여한 보험사는 3곳, 소비자가 비교할 수 있는 상품도 3개에 불과하다. 해외여행자보험은 수수료율 문제로 대형 보험사가 대거 빠져 소비자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부작용의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보험사는 핀테크사가 독점적인 플랫폼 지위를 활용해 갑질을 한다고 반발한다. 네이버페이가 프로모션으로 가입자 대상 보험료의 10%를 포인트로 제공하는데, 사실상 이 부담을 보험사에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네이버페이에 일정 수수료율을 주지 않으면 프로모션이 끝나는 내년에나 입점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네이버페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다. 수수료율을 협상하는 과정이며, 다만 일정 수준이 되지 않는 수수료율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입점이 어렵다고 했다.

비교추천을 시작하면서 생손보와 11개 핀테크사가 맺은 공동업무협약에 따르면 핀테크사는 광고비·경품비 등을 명목으로 보험사에 수수료를 우회적으로 요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수수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번 경우가 프로모션 비용을 보험사에 우회적으로 요구한 경우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다르지만 금융위원회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융혁신서비스를 시작할 때 불공정경쟁 방지 등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핀테크사의 독점 지위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수수료율을 대면 모집 수수료의 33% 이내로 제한하는 등 장치를 둔 것처럼 운영상에도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플랫폼의 지위가 공고해질수록 대면 수수료를 올려서라도 입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수료 증가는 자연스럽게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돼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킨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집행을 통해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지 못한다면 공허한 발표문에 불과하다는 김 위원장의 말에 동감한다. 이제라도 미흡한 점은 보완하고 취지와 다른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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