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셜미디어, 사용자 묶어두려고 첨단 뇌과학까지 동원”
“소셜미디어는 일상을 왜곡·과장하고 괴롭힘 같은 유해 콘텐츠를 끊임없이 권유합니다. 이 때문에 청소년 정신 건강이 보는 피해는 감내할 수준을 넘었습니다. 빠른 조치가 필요합니다.”
비벡 머시(Murthy·47)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 겸 공중보건서비스(PHSCC) 단장은 최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자원을 동원해 사용자들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가두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을 넘어 성인들의 자존감도 깎아내려 곳곳에서 분열과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의무총감은 장교 6000여 명으로 구성된 준(準)군사 조직을 이끌며 일반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미국 ‘국가 주치의’이자 공중 보건 책임자다. 머시는 취임 후 소셜미디어를 공중 보건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보고 소셜미디어와 ‘전쟁’을 벌여왔다. 그는 지난해 청소년 정신 건강에 관한 권고문을 발표했고, 지난 6월엔 “소셜미디어에도 술·담배 같은 ‘경고 문구’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해 반향을 일으켰다. 6·7세 두 자녀를 둔 머시는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졸업 전까지 소셜미디어를 쓰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 술·담배처럼 경고 문구 달아야
-소셜미디어와 전쟁에 나선 배경은.
“미 전역을 다니면서 학부모들에게 ‘우리 아이가 소셜미디어를 이대로 사용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학생들 스스로도 소셜미디어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사용 시간을 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10~15분마다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확인하다가 어느새 두세 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많은 청소년이 소셜미디어에서 괴롭힘·따돌림·착취를 당하고 알고리즘은 이를 유발할 콘텐츠를 더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이가 많아 나서게 됐다.”
-소셜미디어는 정신 건강을 어떻게 해치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세 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 불안·우울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고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깎아내리다 보니 나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돈 많고 잘난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자신을 깎아내리며 불행해하는 악순환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소셜미디어가 광범위하게 퍼진 이후 세계 곳곳에서 분열, 양극화가 심화했는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무엇이든 왜곡하고 꾸며내고 과장해 표현하는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을 대변하지 못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사용자들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 세계 최고 기술자,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회사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첨단 뇌 과학까지 동원해 사용자를 중독시킨다. 청소년은 당연하고 성인조차 사용 시간 조절하기가 매우 어렵게 만들었고, 실제로 통제가 매우 어렵다.”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담뱃갑처럼 ‘경고 문구’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해결책의 일부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는 소셜미디어 자체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미디어 운영사는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전문가들이)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놓고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어떻게 조언하겠나.
“죄책감을 느끼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세대는 소셜미디어와 함께 성장하지 않은 데다, 이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대처하기 어렵다. 지금 부모들이 관리하기 쉽지 않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더 안전하게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소셜미디어의 안전을 보장할 장치를 만들도록 정부가 기업에 요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를 언제쯤부터 허락하면 될까.
“자녀가 소셜미디어 사용을 시작하는 시기를 빨라도 중학교 이후로 잡고, 자녀 성숙도나 소셜미디어 운영사가 하는 안전 조치를 보아 가며 더 늦춰도 된다. 우리 아이들은 일곱 살, 여섯 살로 아직 어린데 우리 부부는 일러도 중학교를 졸업하는 열여섯 살이 되기 전까지는 소셜미디어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소셜미디어가 안전 기준을 마련했는지, 아이들의 성숙도는 어떤지를 따져보고 그때 가서 허락해도 될지 다시 평가할 계획이다.”
◇ 잠들기 전 ‘테크 프리’ 시간 꼭 가져라
-아이가 이미 소셜미디어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하나.
“하루 중 ‘테크 프리(tech-free·스마트폰 없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아동 발달엔 수면, 대면 상호작용, 신체 활동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소셜미디어 등의 활동이 이 세 가지를 방해한다는 뜻). 잠자리에 들기 한 시간 전 스마트폰을 압수해 기상 후 다시 준다거나, 가족·친구를 만날 땐 휴대폰을 보지 않도록 하는 등 원칙을 세울 수 있다. 또 자녀들에게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에 제한을 받는 것이 자신만이 아니고 많은 다른 가정도 이렇게 한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학습에 집중하고, 서로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하는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도 필요하다.”
-소셜미디어의 효용도 있지 않은가.
“아무도 소셜미디어에 접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래된 친구와 연락하거나, 자신을 표현할 커뮤니티를 찾기도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건강한 사회라면 구성원들이 자존감과 긍정적 자아를 갖춰 서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소셜미디어 때문에 이런 활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부작용 방지책을) 업계 자율에 맡겨왔지만 실패했고, 이제 소셜미디어를 더 안전하게 만들 정책적 조치가 필요해졌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균형을 찾을 때가 왔다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회복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소셜미디어 중독을 끊으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미국에선 젊은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함께 모여 서로 돕는 ‘로그오프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엔 종종 소셜미디어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조치도 포함된다. 이들은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항상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처음 며칠은 힘들어하지만, 결국은 흥미로운 변화를 겪게 된다고 말한다. 며칠 아니면 몇 주를 견디고 나면 종종 자신에 대해 더 나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면하는 관계에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돌아가는 일을 덜 파악하게 될지는 몰라도, 더 적은 사람과 우정이 깊어지는 체험을 했다고도 한다. 그런 ‘소셜미디어 휴식’, 아울러 더 안전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들려는 운영사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내가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 ☞ 비벡 머시와 의무총감
비벡 머시는 1977년 영국에서 태어난 인도계로 세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버드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했고, 예일대에서 의학·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외과 의사지만 2008년 회원 2만8000명인 의료계 비영리 단체 ‘닥터스 포 아메리카(미국을 위한 의사들)’를 만드는 등 의료 조직가로서 면모를 보여왔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중보건자문위원장에 발탁됐고, 2014년 12월 의무총감에 임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물러났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다시 의무총감에 임명했다.
미국에서 ‘국가 주치의’라고 하는 의무총감은 주로 의무 장교나 의료 공무원의 최고 책임자를 일컫는다. 준(準)군사 조직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이 공식 직함이다. 의무총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 인준을 받는다. 임기는 4년이고 별 셋인 해군 중장 대우를 받으며, 공공 보건 서비스 제공, 재난 예방과 사후 처리, 국민 정신 건강 관리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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