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검사 탄핵' 날짜 잡고 '제보센터' 운영
"검찰 특성상 증거확보 어려워…제보 받는다"
與 "언론 보도 들어 탄핵한다니 부끄럽다"
'무리수 탄핵' 비판…'이재명 방탄' 논란 가중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궤도에 얼렸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조사해 보면 될 것 아닌가"라면서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무리한 탄핵 추진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검사(김영철) 탄핵소추사건 조사 계획서 채택의 건'과 '탄핵소추사건 조사 관련 서류제출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탄핵 청문회는 오는 8월 14일. 앞서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지목한 검사 4명 중 첫 케이스다. 탄핵 대상에 함께 오른 검사 3명에 대한 탄핵 추진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소위 '검사 살생부'에 오른 인사는 △강백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엄희준 부천지청장 등 4명이다.
민주당이 김 검사의 비위 행위로 꼽은 것은 '봐주기식 수사'다.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대기업 협찬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뇌물성 전세권 설정 사건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사건 등 여러 사건에서 '봐주기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순실(본명 최서원)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도록 교사했다는 의혹도 발의된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돼 있다.
야당은 김 검사의 비위 행위에 따른 탄핵 관철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여당의 판단은 전혀 다르다. 특히 김 검사가 장씨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모해위증 교사와 공무상 비밀 누설을 했다는 주장은 이미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야당이 소위 '특수 관계'가 의심된다며 지적한 것은 김 검사가 국정농단 특검 파견 당시 장씨 아들의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이는 김 검사의 반박과 함께 대검찰청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는 지난 15일 장씨 아들 생일이자 의혹이 불거진 시점인 2018년 2월 11일은 자신이 이미 특검 파견을 마치고 대검찰청 연구관으로 복귀한 이후 상황인 만큼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점을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김영철 과장과 관련된 거짓말을 했으니 진심으로 용서해 달라'라는 취지로 장씨가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대검도 지난 3일 설명자료를 통해 "김 검사와 장씨와의 계, 구형량 사전 누설, 위증교사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사위에서 이미 사실무근이라고 밝혀진 의혹을 들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더욱이 김 검사 탄핵소추안 계획서에 포함된 위법 증거 관련 참고 자료가 4건의 언론 보도라는 점에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언론 보도 4개를 붙여놓고 탄핵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라면서 "객관적으로 언론 보도만 가지고 탄핵을 한다면, 수많은 인사들에 대해 언론 보도만 가지고 탄핵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또한 "장씨 아들 생일잔치 관련해선 검찰에서 기록이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며 "장씨가 김 검사에게 허위사실을 얘기했다고 밝힌 문자 메시지도 언론에 공개되는 등 장씨 관련 부분은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야당이 과반 의석을 통해 탄핵을 추진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탄핵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객관적으로 탄핵을 할 때는 국회가 신중하고 제도상 권력을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제도 이상의 권력 행사가 우리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현재 검찰이 자정능력을 상실한 만큼, 조사 권한을 가진 국회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욱이 "탄핵 사유가 부족하다는데, 부족한지 아닌지 한번 조사해 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무부와 검찰에서 확보한 자료를 가지고 검토한 이후, 아무리 봐도 탄핵 사유나 위법성이 없는 등 오류가 있다면 탄핵 사유에서 빼면 된다"며 "하지만 분명하게 잘못된 것이 있고 탄핵해야 한다면 탄핵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야당이 호기롭게 검사 탄핵 카드를 꺼낸 것과 달리, 탄핵 사유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부터 '김영철 검사 탄핵 제보센터'를 설치해 제보를 받고 있다. 탄핵조사는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취지지만, 장 의원은 "검찰의 특수성 때문에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보는 결정적 단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권에선 검사 탄핵이 여러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이재명 당대표 후보에 대한 '방탄'을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탄핵 대상이 된 검사들이 이 후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수사 중인 검사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후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도 줄줄이 탄핵의 칼날 위에 올려놓고 있다"며 "그야말로 이 후보 수사와 재판 방해로 사법리스크를 덮어보겠다는 방탄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위법 여부를 떠나 탄핵소추안 의결만으로도 검사들은 직무에서 배제된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까지 최소 1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우성 간첩 조작 보복 기소' 의혹으로 탄핵당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직무복귀까지 252일이 걸렸다. 함께 탄핵당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과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대법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위법 여부를 떠나 다수당이 마음만 먹으면 검사에 대한 직무배제는 입맛대로 할 수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이날 법사위 업무보고에서 "특정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탄핵이라는 절차를 진행한다면 검사들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압박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압박은 형사사법 시스템에 상당히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현재 '검사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 일부에선 무리한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구제를 받지 못한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고, 경제 불황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중앙 이슈에서 민생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검찰 개혁과 부동한 검사를 탄핵해야 하고 필요성에도 공감은 한다"면서도 "하지만 개원 이후 모든 이슈가 정쟁에만 매몰되고 있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 이슈인 만큼 적절한 균형이 필요할 건 같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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