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칫거리’ 된 밴스… 일각서 교체설까지 나와
지명 한 달도 되지 않아 일각서 “좋은 선택맞냐”
11월 미국 대선의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칫덩어리로 떠오르고 있다. 짧은 시간에 반(反)트럼프 인사에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선두 주자로 표변한 이력에, 과거 여성과 민주당 인사들을 상대로 남긴 강경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31일 밴스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지만, 두 사람이 엇갈린 행보를 노출하면서 보수 진영 일각에서 ‘후보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선택에 대해 공화당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아이 없는 사람은 소시오패스고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캣 레이디(cat lady·고양이 기르는 독신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들은 미국을 자신처럼 비참하게 만들려 한다”는 밴스의 과거 발언을 공략하고 있다. 여성의 생식권(낙태를 포함한 출산 관련 결정을 자유롭게 내릴 권리)이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들까지 투표장으로 불러낼 호재로 보는 것이다. 흑인 여성이 낙태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는 취지의 2년 전 발언도 주요 타깃이다.
반트럼프 성향이었던 밴스 부부가 트럼프에 대해 한 발언들도 재소환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밴스는 그를 ‘미국의 히틀러’에 비유했다. 인도계인 배우자 우샤 밴스는 민주당원으로 등록한 전력이 있고,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습격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의 역할이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등장에도 트럼프가 ‘선거 전망에 전혀 영향이 없다’며 강력하게 캠페인을 이어 나가는 것과 달리 밴스가 “우리 모두 약간의 기습 공격을 당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처럼 토론에서 헤매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한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또 트럼프가 헤리티지재단의 ‘프로젝트 2025′와 거리를 두는 사이 밴스는 케빈 로버츠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의 신간에 추천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2025는 보수 개혁을 주장하며 차기 정부의 집권 의제를 발굴하는 작업이다.
밴스의 언행을 놓고 잡음이 계속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여성과 관련된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밴스의 발언이 많은 여성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줬다”고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의원들이 밴스를 지지하면서도 단어를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지부진한 여론 조사를 본 일부 공화당원들이 밴스가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만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은 “후보를 다시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했다. 밴스는 후보 지명 이후 애리조나 등 경합주 위주로 유세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최근 공개된 CNN 조사에선 위스콘신 등 중서부 5주에서 그에 대한 비호감도(44%)가 호감도(28%)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밴스는 지난달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돼 큰 주목을 받았다. 러스트 벨트(제조업 쇠락 지역) 오하이오의 ‘흙수저’ 출신으로서 중서부 경합주 노동자들의 표심에 호소할 수 있고, 1984년생인 그가 마흔두 살 위인 바이든 대통령과 대비돼 ‘젊음’이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지명 직후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이 떠오르면서 이런 계산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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