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만 있으면 '진검' 소지 가능... 일본도 살인 뒤엔 '손쉬운 허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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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얼굴만 알고 지내던 이웃을 일본도로 베어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올해 1월 초 경찰로부터 도검 소지 허가증을 발급받았는데, 평소 이상행동 탓에 경찰 신고와 불심검문 등이 일곱 건 있었지만 그의 '일본도 소지'가 문제 된 적은 없었다.
마약중독자나 정신이상자 등의 도검류 소지를 막자는 취지에서 허가제가 운영 중이지만, 느슨한 관리 탓에 칼부림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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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 점검도 일부 연도에만 국한
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얼굴만 알고 지내던 이웃을 일본도로 베어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올해 1월 초 경찰로부터 도검 소지 허가증을 발급받았는데, 평소 이상행동 탓에 경찰 신고와 불심검문 등이 일곱 건 있었지만 그의 '일본도 소지'가 문제 된 적은 없었다. 마약중독자나 정신이상자 등의 도검류 소지를 막자는 취지에서 허가제가 운영 중이지만, 느슨한 관리 탓에 칼부림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검 소지 허가, 한 번 받으면 끝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살상용 무기로 볼 수 있는 칼날 15㎝ 이상 도검을 구입할 때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15㎝ 미만이어도 잭나이프 등 흉기로 쓰일 위험이 뚜렷하면 허가가 필요하다. 마약·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정신질환자, 뇌전증 환자,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의 도검 소지를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도검은 신청인이 운전면허가 있다면 신체검사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어, 한 번만 등록이 되면 사실상 영구 소지도 가능하다.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신체검사서와 정신과 전문의 소견이 필요하고, 3년에 한 번씩 예외 없이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총기류 소지자에 비하면 조건이 매우 느슨한 편이다.
도검류 소지 허가 이후 발병한 정신질환이나 범죄경력 등을 확인할 방도는 현재로선 없다. 경찰이 매년 6~8월 일제 점검 때 도검 취급 부적격자를 걸러내기는 한다. 소유주가 도검을 지참하고 경찰서에서 면담하는 방식인데, 이때 도검 개조 여부나 소유주의 정신 건강 등을 확인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가증 보유자 수가 너무 많아 연도를 쪼개 일부만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는 1996~2000년 발급된 도검 소지 허가증 소유주에 대해 점검을 시행했고, 내년엔 2001년 소지자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총기류는 허가 건수도 적고 위험성이 커 매년 전체 점검을 하지만, (보유 수가 많은) 도검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이어지는 진검 살인사건
은평구 사건의 피의자 역시 올해 1월 허가증을 수월하게 딴 뒤, 평소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여러 차례 신고를 당했지만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그는 경찰 조사 중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날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상력 높은 무기가 부적격자의 손에 넘어가 사망 사건이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경기 광주시에선 주차 문제로 다투던 이웃의 손목을 일본도로 베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었었다. 2021년 9월 서울 강서구에서는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를 일본도로 난자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두 사건 범인 모두 합법적으로 칼을 소장 중이었다. 2021년 전남 여수시에선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때 범인은 정글에서 벌목·벌채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마체테'를 사용했다.
결국 엄격한 소지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도검은 장식·수집용으로 모으는 마니아 층이 특히 두껍고 개인 소장도 가능해 매우 위험한 살상 무기"라며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장검의 규격을 세분화해 정기적으로 전체 점검을 하면서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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