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도, 티몬·위메프 대표도 모른다는 '1조 정산금'··· 재무본부장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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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몰라요? 대단하십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두 회사 대표를 향해 비꼬듯 말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후 두 회사의 재무·개발 조직을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옮겼다.
결재 라인은 '재무팀장→재무본부장(A씨)→류광진 티몬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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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측근' 재무본부장, 자금 총괄
티몬 대표 승인 없이 250억 대여
셀러 정산금 지연에도 관여 정황
정산금 사용처 규명할 핵심 '키맨'
대표가 몰라요? 대단하십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두 회사 대표를 향해 비꼬듯 말했다. 사정은 이랬다. 정부가 발표한 5월 판매 처리된 미정산 금액은 2,100억 원. 이 의원이 6, 7월에 판매한 미정산 금액은 얼마냐고 묻자 류광진 티몬 대표는 "(자금 부분은) 공유받지 않는다"고 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도 "파악 중"이라고 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재무 관련 내용은 회사 대표인 본인들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티몬·위메프 내부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 두 회사 모두 재무팀이 없고 그룹 자금은 모두 모기업인 큐텐 측 재무본부에서 관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큐텐이 올해 초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Wish)’를 인수할 때도 티몬에서 대표의 결재 없이 수백억 원이 빠져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판매자(셀러) 대금이 어디로 갔는지 갑자기 티몬·위메프에서 '돈맥경화'가 나타난 이유는 뭔지 등 의혹을 밝힐 핵심 인물이 재무본부장 A씨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무본부장 결재만으로 티몬서 250억 '대출'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후 두 회사의 재무·개발 조직을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옮겼다. 그룹 재무를 총괄하는 재무본부를 세운 것. 이후 구영배 대표는 본부장으로 지마켓 출신 A씨를 앉혔다. 그는 구 대표가 2009년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이듬해 싱가포르에 큐텐을 세울 때부터 창립 멤버로 합류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마크 리 큐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있긴 했지만 그룹 살림은 A씨가 총괄했다"며 "큐텐과 티몬, 위메프의 각종 의사 결정과 관련해 상당한 실권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 이번 사태와 관련해 A씨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큐텐은 지난 4월 11일 위시 인수 자금 명목으로 티몬에서 약 200억 원을 빌렸다. 대여금 집행을 위한 기안 문서가 올라온 시점은 당일. 결재 라인은 '재무팀장→재무본부장(A씨)→류광진 티몬 대표'였다. 하지만 류 대표가 집행에 최종 승인한 것은 나흘 뒤인 15일. 이미 티몬에서 200억 원이 빠져나간 뒤 사후 결재가 이뤄진 셈이었다. 올해 1월 큐텐이 티몬에서 50억 원을 빌렸을 때도 류 대표 승인은 자금 집행 후 19일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A씨 결재만으로 수십, 수백억 원의 자금이 움직인 셈이다.
"연락 안 돼"... 국회 불출석
A씨가 일찌감치 정산금 지연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도 있다. 큐텐에서는 지난해부터 판매대금 정산이 몇 주, 몇 달씩 미뤄지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셀러로부터 항의를 받은 상품기획자(MD)들이 정산을 요청하면 재무본부 측은 "전산 시스템 장애가 있다고 얘기하라" 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대금 규모가 큰 셀러를 중심으로 재무 본부가 의도적으로 정산을 늦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큐텐과 티몬, 위메프에서 각각 매달 수천억 원씩 들어오는 자금 흐름을 모두 A씨가 컨트롤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는 현안 질의 도중 A씨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구 대표가 판매대금 쓰임새를 두고 "자금 운용 관련해 보고받고 있지 않다"고 잡아떼면서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류광진 대표) 이유로 A씨는 나오지 않았다.
한 직원은 "이번 사건의 전말은 A씨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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