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밴스가 부르는 힐빌리, 아니 네버엔딩마가

조아름 2024. 8. 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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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예요. 10년 동안 마약도 안하고 술도 끊었답니다." J.D 밴스(39)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트럼프는 밴스가 아닌 마가를 선택한 것(워싱턴포스트)"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4년 뒤 백악관을 비워야 하는 트럼프지만 아들뻘 밴스를 통해 '네버 엔딩 마가'를 꾀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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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미네소타주(州) 세인트 클라우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세인트 클라우드=AP

"가난을 가풍"이라 여기며 살았던 남자. 그가 지난달 17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올라 한 중년 여성을 가리켰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예요. 10년 동안 마약도 안하고 술도 끊었답니다." J.D 밴스(39)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우리로 치면 '흙수저 신화'쯤 되겠다.

한때 약물과 남자에 빠져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뻔한 여자(밴스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 중)'라 불렀던 엄마를 향해 아들은 한마디 더 보탠다. "엄마, 10주년 파티는 백악관에서 해요."

불우와 극복, 성공이란 완벽한 서사가 있는 밴스를 도널드 트럼프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살아있는 아메리칸 드림, 우리보다 개천 용 스토리를 더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취향에 딱이다. 게다가 젊다. 전당대회에선 "엄마, 엄마"하며 천륜을 저버리지 않는 감동까지 선사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명함이 더 어울렸던,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인이 단숨에 미래 권력으로 발돋움한 순간이었달까.

트럼프가 밴스를 선택했을 때 미국 언론들은 '올 게 왔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보통 대선 후보들이 그렇듯 자기 약점이나 빈틈을 보완하기 위해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운 게 아니었다. 트럼프가 갖지 못한 밴스의 가슴 벅찬 인생사(史)는 트럼프를 거들 뿐, 본질이 아니란 뜻이다.

어쩌면 트럼프는 자신에게 약점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긴가민가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던 2016년과 달리 올해 대선은 비교적 쉬운 싸움이 됐다. 총격 테러를 피하는 생존 드라마를 쓴 게 결정적이었다. 2020년 대선 패배를 거치며 공화당을 충성파로 가득 채웠다. 민주당은 대선 후보 교체를 둘러싸고 알아서 자중지란, 트럼프를 도운 꼴이 됐다. 트럼프는 더 이상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법원을 들락거리면서도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를 자신한다.

밴스는 곧 트럼프다. 트럼프를 빼다 박았다. 주야장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다. 외국에 빼앗긴 미국인의 일자리를 되찾고, 동맹국 안보에 미국인의 세금이 쓰이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사 지원을 호소하는 우크라이나에 "구걸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다. 어떨 때 보면 트럼프보다 더한 인간이다. 트럼프의 정치 이념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완벽한 상속자를 자처한다.

"트럼프는 밴스가 아닌 마가를 선택한 것(워싱턴포스트)"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늘만 사는 것처럼 행동하는 트럼프. 하지만 자신이 죽은 뒤에도 마가 운동을 멈추지 않을 후계자를 임명해 마가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CNN방송)"는 분석까지 있다. 이번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4년 뒤 백악관을 비워야 하는 트럼프지만 아들뻘 밴스를 통해 '네버 엔딩 마가'를 꾀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3개월은 3년 같은 시간이다. 11월 미 대선까지 예단하기 힘든 이벤트들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건 미국의 정치 시계다. 미국의 궤도를 다시 미국 중심으로 되돌리겠다는 '마가 정신'으로 중무장한 트럼프 2기 가능성에 대비할 한국 외교의 시간은 넉넉지 않다. 트럼프 1기 때 통상· 방위비 전쟁을 경험한 유럽은 이미 위기 대응팀을 구성했다. 고착화할지 모르는 '미국 최우선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었나.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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