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어펜저스’ 4인의 검객, 펜싱 종주국서 3연패
결승전 데뷔 도경동 결승전 '신스틸러'
남자 사브르 단체전 올림픽 3연패는 21세기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헝가리가 7연패(1928~1960)를 한 적은 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프랑스(2004, 2008), 러시아(1996, 2000)가 각각 2연패를 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개인전 금메달을 딴 오상욱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처음으로 2관왕이 됐다. 남자 사브르에서 2관왕이 나온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개인전-단체전 금메달을 딴 스테니슬라프 포즈디야코프(러시아) 이후 24년 만이다.
하지만 ‘어펜저스2’는 4강에서 펜싱 종주국이자 개최국으로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받은 프랑스를, 결승에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의 단체전 5연패를 저지한 헝가리를 차례로 격파하는 블로버스터급 전개로 올림픽 3연패를 완성하며 ‘세계최강’ 자리를 지켰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2년 런던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2016~2017시즌부터 2023~2024 시즌까지 8년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새로 합류한 막내 박상원(세계랭킹 23위)은 결승에서 1번 주자로 나서 헝가리 팀의 에이스인 실라지 아론(12위)을 상대로 1라운드에서 5-4로 우위를 점하며 피스트를 오상욱에게 넘겼다.
이어 형들은 점수차를 늘리며 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번 올림픽 개인전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은 오상욱은 헝가리의 막내 크리스티안 랍(34위)을 상대로 노련한 경기를 하며 10-8로 간격을 넓혔다. 이어 맏형 구본길(22위)이 서트마리 안드레스(24위)를 상대로 15-11까지 달아났다.
오상욱은 2라운드에서 서트마리를 상대로 한때 27-28 역전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30-29로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채 피스트를 도경동에게 넘겼다. 8강, 4강에서 중심을 지켰던 오상욱이 단체전에서 상대에게 한 순간이라도 리드를 허용한 건 이번 라운드가 처음이었다.
박상원은 40-33으로 한 점 더 달아나며 마지막 무대를 오상욱에게 넘겼다. 오상욱은 이번 대회 결승을 포함해 모든 승부를 매듭짓는 마지막 주자를 도맡았다. 오상욱은 44점 고지를 먼저 점한 뒤 헝가리 마지막 주자 실라지에게 40점까지 한 점 추가를 허용했지만 이후 ‘초록불’만 들어오는 깔끔한 공격에 성공하며 3연패를 확정한 뒤 포효했다.
이날 앞서 8강 첫 두 라운드에서 동생들이 벌려놓은 넉넉한 점수차를 좁히거나, 역전을 허용하는 등 초반 공격에서 ‘구멍’이 됐던 구본길은 8강 마지막 라운드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8강 경기를 마친 뒤 도경동과 교체를 해야하나 고민했다는 구본길은 “동생들이 ‘형, 끝까지 한 번 더 해봐요’라면서 계속 믿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만원 관중이고 야유고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오로지 뒤에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결승전에서 구본길은 이전의 주춤했던 모습이 사라진 채 공격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알레” 구호가 나올 때마다 저돌적으로 상대의 진영으로 돌파하며 날아다녔다. 이번이 4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인 구본길이 자신의 교체선수로 투입돼 피스트를 휘젖고 다닌 도경동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은 구본길이 떠난 뒤 이어질 ‘어펜저스3’도 문제없음을 보여주는 한 편의 예고편과 같았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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