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3연패, 남자 사브르 ‘뉴 어펜저스’가 해냈다…오상욱은 한국 펜싱 사상 첫 2관왕[파리올림픽]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에이스’ 오상욱은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이 대회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올림픽 3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8강전에서 캐나다를 45-33으로 가볍게 누른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홈 이점을 가진 개최국 프랑스를 45-39로 물리쳤다. 결승전에서 ‘전통의 강호’ 헝가리를 만난 한국은 박상원(24·대전시청)-오상욱(28·대전시청)-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이 먼저 피스트에 올랐다.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은 교체 선수로 대기했다.
한국은 5라운드까지 25-22로 앞서다가 6라운드 오상욱이 서트마리에게 고전하며 1점 차까지 추격당했다. 한국은 7라운드 때 구본길을 빼고 대표팀 네 번째 선수 도경동을 조커로 투입했다. 올림픽 데뷔를 단체 결승전을 통해 한 도경동은 러브를 상대로 거침없이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순식간에 35-29를 만들었다. 8라운드에 투입된 박상원은 40-33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마지막 남은 5점은 오상욱이 책임졌다. 오상욱은 상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44-41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득점을 올린 뒤 동료들을 바라보며 크게 포효했다. 올림픽 3연패의 순간이었다.
남자 사브르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맏형’ 구본길과 원우영 현 대표팀 코치가 당시 선수로 뛰며 한국에 남자 사브르 최초 단체전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은 사브르 단체전이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2016 리우를 건너뛰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 등 ‘어펜저스’ 멤버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엔 구본길과 오상욱만 남았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김준호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김정환도 부상 등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빠졌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수순을 밟게 된 대표팀엔 ‘신예급’ 선수들이 합류했다. 오상욱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표팀은 멤버가 바뀐 뒤로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박살이 났다. 그러나 대표팀엔 구본길과 오상욱이라는 기둥이 건재했다. 박상원, 도경동도 팀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점점 세계랭킹 1위 팀다운 모습을 갖췄다. 여러 시행착오로 더 단단해진 ‘뉴 어펜저스’ 는 가장 큰 국제대회인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앞서 27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한국 펜싱 역사를 새로 썼다. 오상욱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석권하며 남자 사브르 최강자로 우뚝 섰다. 또 이날 남자 사브르가 추가한 이 대회 6번째 금메달은 한국이 하계올림픽에서 수확한 통산 300번째 메달이다. 한국은 2012 런던 대회 역도 남자 최중량급 4위 전상균이 기존 동메달리스트의 도핑 적발로 뒤늦게 이어받게 된 동메달을 합하면 도쿄 올림픽까지 총 288개의 메달을 땄다.
전날까지 파리에서 11개의 메달이 나왔고, 남자 사브르는 한국의 300번째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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