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골프의 짜릿함 보여주겠다” 안병훈 “우리도 메달 자신”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8. 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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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남자 골프 1일부터 시작
르 골프 내셔널, 둘다 한차례씩 경험
‘한 뼘 길이’ 러프 주의, 정교한 샷 필수
사격·양궁 등 다른 종목 보며 동기부여
韓 남자 골프 첫 올림픽 메달 도전

◆ 2024 파리올림픽 ◆

안병훈(왼쪽)과 김주형이 30일 프랑스 파리 인근 르 골프 내셔널 연습 그린에서 함께 파이팅을 외치면서 파리올림픽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지한 기자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의 르 골프 내셔널 골프장(파71·7174야드)은 그야말로 ‘찜통’ 속에 있는 듯했다. 이날 최고 기온은 38도, 체감 온도는 40도를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땀이 비오듯 내리다보니 선수들도 코스 점검보다 컨디션 관리에 힘을 쏟는 듯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2위 잰더 쇼플리(미국),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은 연습 그린에서 퍼트 연습을 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껏 여유를 부리는 듯 했다.

파리올림픽 골프 ‘코리안 듀오’ 김주형과 안병훈도 저마다 방식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주형은 연습 그린에서 평소 절친한 로리 매킬로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곤 1시간 가까이 퍼트 연습에 매진하면서 감각을 키웠다. 안병훈도 그린에서 캐디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동안 퍼트에 집중했다.

김주형은 지난달 26일 프랑스에 먼저 도착했다. 이어 안병훈이 나흘 뒤 합류했다. 파리올림픽 골프가 열린 르 골프 내셔널은 둘에게 익숙하다. 안병훈은 9년 전 프랑스오픈에서 공동 20위에 올랐다. 김주형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DP월드투어 카주오픈에서 공동 6위로 톱10에 들어 좋은 기억을 만들었다.

코스를 돌아본 김주형은 “작년에는 코스가 전반적으로 많이 부드러웠는데 올해는 햇볕이 뜨겁다보니 좀 더 단단해지면서 공이 많이 굴러들어가더라”고 말했다. 안병훈은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 아니다. 그만큼 정교한 샷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코스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러프다. 김형태 남자 골프대표팀 코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러프다. 잔디 길이가 한 뼘 정도 된다. 잘못 들어가면 발목에 잠길 만한 수준의 러프에서 다음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훈이 르 골프 내셔널의 러프에서 샷 연습을 시도하고 있다. 발목에 잠길 만큼 깊은 러프는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대한골프협회
두 선수 모두 러프를 주의할 점으로 꼽았다. 안병훈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깊은 러프”라고 했고, 김주형도 “갑자기 숨어있는 러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둘 다 “러프에 빠지면 운이 따라줘야 할 것”이라고 입모아 말한 것도 흥미로웠다.

치열한 세계 랭킹 경쟁을 이겨내고 올림픽 무대를 밟은 둘의 목표는 단연 금메달이다. 메이저 대회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올림픽은 두 선수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는 듯했다.

김주형은 “사격이나 양궁 소식을 접했다. 경기 하이라이트로 봤지만 그걸 통해 동기부여도 많이 얻었다. 골프도 금메달을 따서 계속 많은 관심 받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부담감을 갖고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사격 여자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오예진), 은메달(김예지)을 우리 선수가 딸 때 너무 소름돋더라. 그런 게 스포츠가 주는 매력”이라면서 “같은 운동 선수라 그렇게 잘하는 거 보면 기분 좋고, 반대로 못할 때는 같이 마음 아프다. 그만큼 올림픽 다른 종목 경기를 통해 나도 힘을 많이 얻고, 우리 골프도 메달을 이번 주에 땄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밝혔다.

안병훈(왼쪽)과 김주형이 프랑스 파리 인근 르 골프 내셔날 연습 그린에서 함께 화이팅을 외치면서 파리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지한 기자
한국 남자 골프는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다. 둘중 누구든 메달을 따면 한국 남자 골프 선수로는 최초 기록을 세운다. 김주형은 “사격과 양궁이 (연장 슛오프까지 하며) 재미있게 했지 않은가. 골프도 짜릿하게 보여드릴 자신 있다. (메달이 걸린) 최종일에 어떤 경기를 할지 상상을 많이 한다”면서 “마음이 들떠 앞서가고 싶지는 않다. 도전할 수 있는 상황만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어떻게 보면 3등 안 아니면 의미없는 게 올림픽이다. 최대한 금메달을 노리면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최종일까지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실력껏 잘 하다보면 분명 기회는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PGA 투어 생활을 하면서 친한 형·동생 관계인 김주형과 안병훈은 서로를 향한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김주형은 “형이랑 내가 둘다 시상대에 섰으면 좋겠다. 한국 사람 한명보다 두 명으로 대한민국 골프가 얼마나 힘있는지를 알려주자”고 말했다. 그러자 안병훈도 “우리 둘이 단체전에 나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올림픽 단체전이 없어서…”라고 아쉬워하면서 “1라운드에서 안 좋더라도 다음날 더 잘하면 되는 것이고, 그다음날 더더욱 잘하면 되는 것이다. 대회 내내 최선을 다해서 누구든 포디엄에 올라가자”고 다짐했다.

김주형은 제이슨 데이(호주), 셉 슈트라카(오스트리아)와 1일 오후 4시55분 티오프한다. 이어 안병훈이 오후 6시44분 셰인 로리(아일랜드), 닉 테일러(캐나다)와 동반 플레이한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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