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죽산 기일과 마틴 루터 킹 데이

경기일보 2024. 8.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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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출신의 거물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정권의 희생양이었다.

죽산 조봉암(1899~1959)과 빨치산 지도자 이승엽(1905~1953)은 남북한에서 간첩죄로 각각 사형당했고, 제2공화국 총리 장면(1899~1966)은 5·16 군사정변으로 실각했다.

죽산 사후 52년 만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억울한 간첩죄 누명을 벗지만, 뜻 있는 소수 인사만이 죽산 정신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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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인천 출신의 거물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정권의 희생양이었다. 죽산 조봉암(1899~1959)과 빨치산 지도자 이승엽(1905~1953)은 남북한에서 간첩죄로 각각 사형당했고, 제2공화국 총리 장면(1899~1966)은 5·16 군사정변으로 실각했다. 정치재판으로 사법살인 당한 죽산은 평생 독립운동, 평화통일, 경제정의에 앞장서온 진정한 민족 지도자다. 강화도에서 태어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그의 생애를 살펴볼수록 실로 극적이고 파란만장하다.

자유와 정의를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한 미국의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비견되는데도 그처럼 국가적 숭앙을 받지 못한다. 킹 목사 생일(1월15일)에 즈음한 1월 셋째 주 월요일의 ‘마틴 루터 킹 데이’는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국의 국가적 명절이다.

죽산도 ‘시대의 순교자’이나 국가로부터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대 때 3•1운동으로 인한 투옥, 30대 때 일본 제국주의 타도 국제동맹 활동으로 7년 옥살이를 하는 등 식민지 시절 내내 독립운동을 했다. 1945년 8월15일 일본 헌병대 유치장에서 풀려나자마자 좌우 연합전선을 주도했으나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 건립을 위해 공산당과 결별하는 결단을 내린다. 이후 행보는 ‘인천을’ 지역구에서의 1•2대 국회의원, 국회부의장,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내며 의회주의자, 헌정주의자로서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했다.

죽산 사후 52년 만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억울한 간첩죄 누명을 벗지만, 뜻 있는 소수 인사만이 죽산 정신을 기리고 있다. 죽산 기일을 맞아 매년 7월31일 그가 잠들어 있는 서울 망우리공원묘지에서 죽산선생기념사업회 주최로 조촐한 추모제가 이어질 뿐이다. 죽산은 아직 국가유공자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강화도 선원면의 죽산 생가터는 집 흔적조차 찾기 힘든 농지로 변해 있다.

이제 죽산의 큰 뜻을 제대로 이어갈 때다. 킹 목사의 석상은 거대한 크기로 워싱턴DC에 세워져 있다. 새얼문화재단 주도로 10여 전 시작된 죽산 석상 건립 모금 운동에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올해 죽산 65주기 추모식장에서 죽산 석상 건립 예정지가 그의 지역구였던 부평 미군기지로 확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미군기지가 들어서기 전 소총, 총검, 포탄 같은 무기를 만들던 일본 육군 조병창 기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보다 더 극악한 식민지 수탈 현장인지라 평생 자주독립을 외친 죽산 정신과 맥이 닿는 역사적 공간이다. 죽산 석상 건립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죽산 어록 인용)를 지향하는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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