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날게

경기일보 2024. 8.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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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떠오를수록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작은 창으로 멀어지는 지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 밤 풍경은 빛으로 디자인한 듯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자연의 일부인 몸이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건강한 삶을 살듯 지구도 밤이면 칠흑의 방전 시간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에 관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잦은 산불을 포함해 과다한 불빛은 기온 상승의 요인이고 지구의 휴식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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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숙 한국작가회의 경기지회 사무처장

비행기가 떠오를수록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작은 창으로 멀어지는 지구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 밤 풍경은 빛으로 디자인한 듯 아름답고 황홀하기까지 하다. 중국이나 러시아, 동남아 쪽이 깜깜 어둠일 때 전 국토가 황홀인 대한민국은 역시 멋진 나라야, 으쓱할 때도 있었다. 10여년 만에 다시 본 라오스 밤 풍경의 변화가 정말 놀라웠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 금세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선다.

태양과 함께 눈 뜨고 태양과 함께 잠들어야 몸이 순해진다. 자연의 일부인 몸이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건강한 삶을 살듯 지구도 밤이면 칠흑의 방전 시간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에 관해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잦은 산불을 포함해 과다한 불빛은 기온 상승의 요인이고 지구의 휴식을 방해한다. 병든 몸은 잠이라는 회복의 시간이 절대 필요하고 잠의 방해 요소인 불빛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환경단체는 4월22일을 지구의 날로 정하고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일제히 소등의 시간을 갖자는 연중 ‘어스아워(Earth hour)’ 캠페인을 벌인다.

비스듬히 서서 훌라후프처럼

나를 회전시키는 게 루틴이야

널 등지면 돌아가 눕겠거니 했는데

너의 잔상으로 몸은 영영 식지 않았어

너만 사랑해

너의 웃음을 너의 에너지를

너의 찌푸림까지

변치 않는 열정도, 네가 분사하는 폭 양도

웃음으로 받아낼 수 있어

그러나

너까지 싫어질 만큼 너를 복사하는 것들

역겨워

눈 감고 바닥에 귀대고

대지 소리 자장가 삼아

잠들고 싶어

암막 커튼치고

죽은 듯 자고 일어날게

- 졸시,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날게’

과다한 불빛이 아니어도 지구는 각종 오염의 부스럼을 앓는다. 니체는 인간을 지표면에 붙어 지구를 갉아먹고 사는 벌레라고 하는데 오염된 사과는 껍질을 벗기거나 도려냄으로써 그 부위가 제거된다. 하지만 지구는 사각사각 벗겨내거나 오염 부위의 나라를 통째로 도려낼 수는 없지 않은가. 외부 환경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생명체는 지구라는 행성을 탈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지구가 폭망의 길을 걷는다는 느낌은 있다. 12시가 지구 종말의 시간이라면 현재의 시간이 11시59분이라니 무언가 아슬아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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