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더위를 이겨내는 힘

경기일보 2024. 8.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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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더운 달은 8월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덥고 습해 지치는 때는 어떤 마음으로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부처님 경전, '열반경'에는 '흑암녀 공덕천'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장자의 집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찾아와 대문을 두드렸다.

진짜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변하지 않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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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 스님 보리선원

1년 중 가장 더운 달은 8월이 아닌가 싶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니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짜증과 화가 자주 나게 된다. 이렇게 덥고 습해 지치는 때는 어떤 마음으로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부처님 경전, ‘열반경’에는 ‘흑암녀 공덕천’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장자의 집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찾아와 대문을 두드렸다. 장자가 문을 열며 ‘누구냐’고 물었다. 그 여인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공덕천(功德天)이라고 하는데 당신 집안에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주며 행복한 일만 가져다주는 사람입니다.”

장자는 너무 기뻐 여인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바로 뒤에 검은 옷을 입은 험상궂은 여인이 따라 들어왔다. 장자가 그 여인을 제지하며 ‘도대체 누구인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느냐’고 묻자 여인이 말했다.

“저는 흑암녀(黑暗女)라고 하는데 당신 집안에 불행한 일이나 사람이 아프거나 죽거나 하는 좋지 않은 일만 가져다주는 사람입니다.”

장자가 그 말을 듣고 그녀를 내쫓으려고 하자 흑암녀가 말했다.

“나는 앞의 공덕천 언니와 늘 붙어다니는 자매로 잠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영원하다고 착각해 집착하고 괴로움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행운이 생기면 계속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붙잡으려고 하고 불행이 생기면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생기냐며 원망하면서 괴로움 속에 더 깊이 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나 일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줄 알고,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자만하고 들떠 있거나 나쁜 일이 생겼다고 마냥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이다.

반면 지혜로운 사람은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들떠 있는 마음을 잘 다스려 다가올 안 좋은 일에 대비하면서 차분히 대처한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하면 역경과 고난을 잘 이겨낼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오지 말라고 막는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것이 아니고 세월을 흘러가지 말라고 해서 흘러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야 할 일이면 일어나게 돼 있으며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나’라는 존재 자체도 영원히 살아있을 수 없듯이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은 ‘인’과 ‘연’에 의해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게 돼 있다. 지금 상황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변화할 수 있는 것은 대처하는 마음 자세와 태도일 것이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때 행복과 불행을 즐기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진짜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변하지 않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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