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걱정 없겠네” “물에 마을 잠기나” 기후 대응 댐 후보지 14곳 찬반 갈려

화순/조홍복 기자 2024. 8. 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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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3경 사라지면 관광산업 타격”
양구 “열목어 서식지 두타연 수몰”
삼척은 환영 “댐 규모 더 키워달라”

“갑자기 마을이 물에 잠긴다는데 이게 뭔 소리예요?”

31일 충북 단양군 대잠리의 김택근 이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환경부가 단양군 단양천 등 전국 14곳에 새로 댐을 짓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양은 1985년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주민 1만2000명이 이주했는데 이번에 또 고향을 떠나야 할 판”이라며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했다.

단양군 관계자는 “댐을 지으면 단양 8경(景) 중 3경이 사라진다”며 “안 그래도 인구가 2만7000명까지 줄었는데 관광 산업까지 타격을 입으면 지역 소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3경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말한다.

그래픽=박상훈

강원 양구군의 반발도 거세다. 정부는 양구군 방산면 수입천에 춘천 의암댐(저수용량 8000만㎥)보다 큰 1억㎥ 규모 댐을 짓기로 했다. 후보지 14곳 중 가장 크다. 양구 군민들은 “수입천 상류에 있는 두타연이 수몰될 것”이라며 “건설 계획이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타연은 멸종위기종인 열목어 서식지다. 농지 3만평과 주택 등도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된다. 양구군의회는 이날 긴급 의원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양구에는 1973년 소양강댐이 생겨 수많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지역은 육로가 끊겨 ‘육지 속의 고립된 섬’으로 전락했다”며 “또 희생을 감수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방산면 일대는 2001년에도 댐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제외된 적이 있다.

충남 청양군은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었다. 반대 입장을 보인 주민들은 “댐이 생기면 안개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 지역의 특산품인 청양고추 생산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청양은 지천에 댐을 지으면 139가구가 물에 잠긴다. 찬성하는 주민들은 “최근 3년 새 여름철마다 폭우로 지천이 범람해 논밭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댐이 있었다면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남 화순군은 “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댐 건설 계획을 ‘기습’ 발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구복규 군수는 “신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후보지가 됐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주민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순에는 이미 동복댐과 주암댐이 있어 주민들이 환경 규제 등으로 재산권 행사에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의 댐 건설 계획에 환영 입장을 낸 지자체들은 대부분 수해를 입었던 곳들이다. 경기 연천군은 올여름 집중호우로 주택 14가구와 농경지 27㏊ 등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경북 김천시·예천군, 울산도 같은 입장이다. 강원 삼척시는 댐 규모를 더 키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삼척 산기천에 100만㎥ 규모의 용수 전용 댐을 짓겠다고 했는데 수해를 막기 위해선 대규모 다목적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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