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 만난 다음날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많은 의견을 잘 경청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대표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번 회동은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고 한다. 회동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이어 한 대표는 31일 친윤계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별도로 만났고, 그 직후 서범수 사무총장은 정책위의장 등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주요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를 요구했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양해 아래 정 의장 등 당직 교체 인사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국무회의를 마친 뒤 집무실에서 한 대표를 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정치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것,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서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조직의 취약점을 강화해서 당을 잘 이끌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겪은 정치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주변 얘기를 많이 듣는 게 좋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걱정 없이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은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인 오전 11시부터 12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각자 점심 약속이 있었지만, 이를 미루면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당 지도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서 만찬을 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분은 과거 검찰 시절에 관해 말씀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면담을 진행했다”며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많이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직 인사 개편과 관련해서는 “당대표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윤계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거취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정 의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친한계는 전임 지도부인 ‘황우여 비대위’ 출범과 함께 지난 5월 임명된 정 의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윤계는 정책위의장 임기 1년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는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 의장에게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정 의장 거취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대표와 정 의장 면담 직후 서범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새로 왔으니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는 일괄 사퇴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 총장은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를 한 대표와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논의했다”고 답했다. 그는 새 당직 인선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일괄 사퇴서를 받아보고 그 이후에 정리가 되면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서 총장의 이런 언급은 한 대표가 정 의장의 용퇴를 촉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괄 사표 제출의 형태로 정 의장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 같다는 얘기다.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는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공석), 여의도연구원장,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대변인, 윤리위원장 등이다. 서 총장과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시절 임명한 홍영림 여연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당직자는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다만 한 대표가 정 의장 교체 문제를 신중히 다룰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한 대표는 30일 저녁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선 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설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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