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의 일은 韓에게”…일주일만에 걷어낸 ‘윤한 갈등’, 일단은 소강상태

김명환 기자(teroo@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2024. 8. 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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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후유증 일단 봉합
30일 尹·韓 90분 비공개 회동
한동훈 “걱정없게 할것” 화답
용산 의중 확인한 국힘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 일괄사퇴 요구
정책위의장 非PK로 교체 가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 이후 일주일 여 만에 ‘윤한 갈등’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고 31일 ‘새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전당대회 이후 여진이 이어졌던 계파 갈등은 일단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7·23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한 대표였지만 정책위의장 유임을 놓고 갈등 국면이 이어지면서 지도부 구성도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에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당의 일은 대표가 잘 해달라”는 뜻을 확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를 한 대표 의중에 따라 잘 꾸려달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는 모두 사퇴하도록 즉각 조치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한 대표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새로 취임했으니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당 대표가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을 당사에서 면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괄 사퇴 요구는 정책위의장뿐 아니라 당 지도부 구성을 일단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서 사무총장은 “(선출직인)원내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당직자라고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인선은 지역 안배와 전문성 등을 고려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의장은 교체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지만 막상 인선이 쉽지 않다는 점도 한 대표가 최근 “(인선을)숙고하겠다”고 말한 이유로 꼽힌다. 한때 4선 김도읍 의원이나 3선 이양수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 중 사무총장이 PK(부산·경남)이므로,지역 안배를 고려해 정책위의장은 비PK 의원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티메프 사태’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정책위의장 인선이 마무리되면 지명직 최고위원과 여의도연구원장 등 인선도 속도감 있게 이뤄질 전망이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 구성이 오는 10일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지도부 재편에 착수하게 된 것은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비공개 회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은 “여러 기회를 통해 대통령을 자주 만나고 소통하라는 의미로 본다”며 “(이런 자리가)계속 있는 게 바람직하고 좋은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특히 전날 윤 대통령은 당직 개편 문제에 대해 “대표가 알아서 잘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90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정치에서는 결국 자기 사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서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한 대표는 “대통령님 걱정없이 잘 해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윤 대통령은 “취약점을 강화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 잘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당 인선이 마무리되면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을 하자”고 한 대표에게 제안했다.

전날 면담은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이어졌다. 당초 두 사람 모두 오찬 약속이 있어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기로 했지만, 예상보다 회동 시간이 길어졌다는 후문이다. 면담 자리에는 이날 자리를 직접 조율한 것으로 알려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만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은 지난 24일 한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지도부 및 전당대회 낙선자들과 만찬을 한지 엿새 만이다. 한 대표 측에서 먼저 요청했고, 이를 윤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일정은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파악하고 있었을 정도로 비밀리에 잡혔다.

최근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검찰 조사 등 민감한 사안이 돌출하고 있지만 이날 면담에선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 당선 다음날 지도부를 초청한 것이나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돼 다시 한 대표와 회동한 것은 일단 한 대표에게 힘을 싣어주기 위해 당에 신호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은 과거 법조 생활에 대해 말씀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면담을 진행했다”며 “윤 대통령께서 한 대표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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