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쟁률 ‘294만 대 1’, 집 투기라는 한국병
경기도 동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계약 취소된 전용면적 84㎡ 1가구의 무순위 청약에 294만여 명이 신청했다.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다. 현재 시세보다 10억원 저렴한 2017년 분양가로 공급돼 이른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면서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빚어지고 청약 마감을 하루 늘리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도 과열 기미가 뚜렷하다. 서초구 반포동의 84㎡ 아파트가 50억원에 중개 거래돼 ‘국민 평형’으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에서 빠진 규제의 허점을 틈타 ‘국민 평형 50억원’이라는 가공할 집값이 등장했다. 올 상반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5채 중 한 채꼴로 매매가가 15억원을 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서울 집값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미친 집값’이 되돌아온 것 같다.
‘로또 청약’은 집 구매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 투기 심리를 부추겨 주택 매수에 뛰어들게 만든다. 분양가 상한제, 무순위 청약제 등 무주택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각종 제도들이 지금은 오히려 투기 심리를 조장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고물가에 공사비가 급등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분양가 상한 규제가 신규 공급을 줄이고 이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로 집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동탄의 청약 광풍을 낳은 무순위 청약 제도는 전국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느슨하게 운영되는데, 손보지도 않고 내버려두니 로또가 됐다. 그런데도 규제의 허점을 손보고 투기 심리 차단에 총력전을 벌여야 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상승세가 “지엽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무주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 집값이 공급 부족 우려로 치솟고, 그로 인해 확대되는 자산 격차에 서울의 무주택자도 지방 거주자도 절망하는 현실은 결코 ‘지엽적’ 현상이 아니다. 경쟁률 ‘294만대1′이 상징하는 투기 심리는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잡아야 할 심각한 ‘한국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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