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27] 뜨거운 여름에 듣는 젊음의 열정

장유정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원장·대중음악사학자 2024. 8. 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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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중에 우리나라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이 더운 건 당연하지만 가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무더우니 견디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 달은 족히 이러리라 생각하면 절로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엔 유독 신나는 노래가 많이 들려 축축 처지는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 DJ DOC의 ‘여름 이야기’, 쿨의 ‘해변의 여인’, 유엔의 ‘파도’,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 등 여름 노래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곤 한다.

여름의 뜨거움이 젊음의 열정과 닮아서 그럴까? 가히 여름은 젊은이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이복본과 백우선이 함께 불러 1936년 빅타음반회사에서 발매한 ‘여름은 부른다’는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노래다. 당시 광고에 ‘재즈송’으로 소개된 이 노래는 젊음과 여름을 연결하여 경쾌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원곡은 미국 남북전쟁 막바지였던 1865년에 헨리 클레이 워크가 작곡한 ‘조지아 행진곡(Marching Through Georgia)’이다. 이걸 모리스 스미스가 편곡해 1916년 컬럼비아사에서 음반으로 발매한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여름은 부른다’의 작곡자가 ‘스미스’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조지아 행진곡’의 곡조는 1900년대 수많은 독립운동 가요에 사용됐을 뿐 아니라 1925년 ‘어린이날 노래’에 쓰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했다. 친숙한 선율과 흥겨운 리듬이 ‘여름은 부른다’와 같은 여름 노래에도 적합했을 것이다.

음반 가사지가 없어 음원을 들으며 노랫말을 채록해 보니, 여름날의 활기를 경쾌하게 그리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1절에서 “앞뜰과 뒷산의 꽃빛은 찬란코 우거진 녹음방초 여름의 향기”라며 약동하는 여름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2절에서 “칠팔월 염천에 찌는 폭염도 젊은이 피보다는 오히려 차대”라고 해서 젊은이의 열정을 강조하고 있다. “랄랄라 여름은 유쾌한 때 랄랄라 젊은이들의 시절 산으로 바다로 뛰어 나가자 여름은 우리들을 부르는도다”라는 후렴으로 젊은이의 계절인 여름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최근 완전체로 돌아온 2세대 걸그룹 ‘카라’가 ‘I DO I DO’의 디지털 음원을 발표했다. “한여름처럼 달콤한 이 Tastes 내 마음처럼 새롭게 일렁이는 Wave 소란하게 벅차도록 번져오는 Place 이대로 Forever”라며 여름날의 행복한 메시지를 담은 카라의 노래를 들으며 뜨거운 태양 아래 녹아내리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인생은 여름처럼 사랑과 기쁨으로 넘친다”는 시인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이 뜨거움을 삶의 열망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 신나는 여름 노래를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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