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4년도 모자라단 코인 과세… ‘양치기 소년’ 말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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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만 4년을 했다.
과세를 미루는 이유도 매번 "준비가 덜 됐다"였다.
세금을 거둬야 할 때가 되면 준비가 부족한 점들이 또 튀어나올 것이고, 2030 투자자가 많은 만큼 정치권과 정부가 과세 시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었다.
물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과세에 나섰다가 혼란이 발생하는 것보단 유예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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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만 4년을 했다. 그런데도 또 2년이 미뤄졌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으로 번 돈에 세금을 매기는 시점을 2027년 1월로 유예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매매로 25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 1년 동안 1000만 원을 벌었다면 750만 원에 20%를 곱한 150만 원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앞으로 2년간은 지금처럼 세금이 없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2020년 7월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당시 정부는 “해외 주요국의 과세 사례와 주식 등 다른 자산과의 형평을 감안해 과세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세는 그 이후 두 차례 미뤄졌다. 원래 2022년 1월 시행될 예정이었던 게 2023년 1월로 유예되더니 다시 2025년 1월로 늦춰졌다. 첫 번째는 과세 시행을 약 한 달 남겨 두고, 두 번째는 9일 앞두고 최종적으로 미뤄졌다. 세 번째 유예인 이번까지 포함하면 유예 기간만 총 5년이다.
과세를 미루는 이유도 매번 “준비가 덜 됐다”였다. 첫 번째 유예 때는 정부가 “문제없이 과세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국회가 ‘과세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업계 의견에 맞장구를 치며 유예가 결정됐다. 그 다음부턴 정부가 유예의 이유로 ‘선(先) 정비, 후(後) 과세’를 내세웠다.
첫 번째 유예가 결정됐을 때부터 업계에선 “그때 가봐야 안다”는 말이 나왔다. 세금을 거둬야 할 때가 되면 준비가 부족한 점들이 또 튀어나올 것이고, 2030 투자자가 많은 만큼 정치권과 정부가 과세 시행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었다. 그 말은 이번에도 맞아떨어졌다. 올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과세 시행 연기 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는 예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늘어난 준비 기간에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세금을 매길 때 수익에서 기본적으로 빼주는 250만 원이 적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돼 왔다. 2년 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여야는 250만 원보다 높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아예 5000만 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 실질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도 기본공제 확대는 담겨 있지 않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무장관을 지낸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세금을 걷는 기술을 거위털 뽑기에 비유했다.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빼내듯이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했다. 반복된 유예로 세금을 내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는 ‘기대’는 더없이 커졌다. 물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과세에 나섰다가 혼란이 발생하는 것보단 유예가 낫다. 하지만 주식으로 번 돈이 1년에 5000만 원이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금융투자소득세도 유예 끝에 결국 폐지가 추진 중이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시행도, 유예도 정부와 국회의 합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정해 놓은 법도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젠 정비가 다 끝나더라도 조세 저항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찔끔 유예보단 차라리 5년을 더 미루더라도 그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한다. 그나마 조세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길일 것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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