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아쉬움 뒤섞인 탄성…토트넘과 팀 K리그의 여름밤 골 폭죽
손흥민 멀티 골에 관중 '들썩'…명승부에 탄성이 절로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폭염보다 뜨거웠다.
손흥민의 소속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팀 K리그의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가 열린 31일 오후 8시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체감 온도는 32도에 육박했다.
장마가 이제 막 끝난 터라, 습도 역시 80%에 달했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을 타고 땀이 흘러 내리는 푹푹 찌는 더위였다.
이런 날씨도 축구 팬들의 불타는 열정과 선수들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3천395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 차 토트넘과 팀 K리그의 한 판 승부를 만끽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토트넘의 캡틴인 손흥민을 비롯해 EPL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눈으로 담고, 각 구단에서 선발된 '별들'이 선보이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즐겼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토트넘 선수단이 손흥민을 앞세워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팬들이 엄청난 함성으로 이들을 맞이했다.
2011년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 경기 중 심장마비로 쓰러져 선수 생활을 마감한 신영록이 부축을 받고 서서 시축을 하고, 2022년 음주 운전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앉게 된 전 제주 골키퍼 유연수가 골대에서 공을 받자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내년 1월부터 토트넘에서 뛰는 양민혁(강원)과 2006년생 동갑내기인 윤도영(대전)이 각각 왼쪽과 오른쪽 측면에서 '쌍포'로 활약할 때마다 팬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무한한 박수를 보냈다.
특히 경기 시작 1분 만에 윤도영이 이동경(김천)을 향해 살짝 공을 흘려주는 센스 있는 플레이로 토트넘의 압박을 풀어내자, 팬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전반 22분 양민혁이 중앙에서 자신 있는 턴으로 토트넘 에메르송 로얄의 압박을 벗겨낸 뒤 오른쪽으로 달려 나간 윤도영에게 공을 찔러준 장면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매초 놀라움, 아쉬움, 환호가 교차했다.
전반 29분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이 조현우(울산)의 선방에 막혀 나온 뒤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왼발 터닝슛으로 마무리해 토트넘의 선제골이 터지자, 토트넘의 골에 환호하는 목소리와 팀 K리그의 실점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인 탄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손흥민의 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전반 37분 손흥민이 자신을 일대일로 막아선 최준을 좌우로 흔들어 벗겨낸 뒤 '손흥민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고는 전매특허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자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내질렀다.
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추가 골이 터지자 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하프 타임에는 걸그룹 트와이스가 '댄스 더 나이트 어웨이'(Dance The Night Away), '치어 업'(CHEER UP) 등에 맞춰 축하 공연을 해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0-3으로 끌려 가던 팀 K리그가 후반 7분 안데르손의 폭발적인 질주, 정재희의 컷백에 이은 일류첸코의 슈팅으로 한발짝 따라가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일류첸코와 선수들은 경기장 구석에 모여 양손에 주먹을 쥐고 머리 위에서 두 차례, 무릎 아래에서 두 차례 흔드는 세리머니로 팬들을 웃음 짓게 했다.
2분 뒤엔 일류첸코의 다이빙 헤더에 힘입어 팀 K리그가 토트넘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경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자 팬들도 덩달아 흥분했다.
후반 18분 그라운드를 나가는 손흥민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고, 손흥민 역시 박수로 화답하며 팬들의 사랑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후반 22분 나온 토트넘 윌 랭크셔의 추가 골과 후반 35분 터진 오베르단의 시원한 발리슛에 경기장은 축제 분위기가 됐다.
또 6만여 관중이 만들어내는 대형 파도가 한바탕 휘몰아쳐 무더위를 날려 버렸고, 관중의 스마트폰 플래시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돼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양팀 선수들은 그대로 경기장에 주저 앉았고, 팬들은 최고의 경기를 선사한 이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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