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규의 현장 속으로] '손흥민도, 양민혁도 우리 편!'...6만 함성은 평등했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 팀 K리그-토트넘전 관전기
토트넘 4-3 승리...손흥민 일류첸코 멀티골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섭씨 32도.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구슬땀이 흐른다. 그런데도 관중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설렘과 기대, 열망이 축구팬들의 온 몸에 가득하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서울월드컵경기장. 오후 8시에 킥오프되는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 팀 K리그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경기를 2시간 앞두고부터 경기장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폭염의 날씨를 반영하듯 길거리의 상인들은 얼음 냉수를 가장 많이 내놓고 관중들을 유혹했다.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젊은 부부들로부터 나란히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MG세대 커플, 2경기에 대결을 벌이는 독일 분데스리카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눈에 띄었다. 얼굴은 달라도 그들으 표정은 하나, 행복이었다. 이날 관중은 6만 3395명을 기록했다.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만원 관중이었다.
온갖 흉악한 소식들이 저녁 뉴스를 장식하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치권 소식들은 이곳에서 만큼은 다른 세상의 얘기였다. 모두의 얼굴에는 근심 걱정이 없고 밝기만 했다. 무엇이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을까. 축구 하나로 행복할 수 있는 국민들인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들은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와~~"하는 함성을 질렀다. 이승우와 양민혁이 볼을 잡고 토트넘 진영을 파고들 때는 박수와 함께 뜨거운 함성으로 응원했다.
킥오프 5분이 지났을 때부터는 북쪽 관중석에서 박수와 함께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토트넘의 공세에 밀리는 듯하던 팀 K리그가 주도권을 잡고 공격의 기세를 높이던 순간이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토트넘 반격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네편 내편이 따로 없었다. 잘하는 선수에 박수가 쏟아졌다. 진정한 축제다.
전반 14분 함성이 최고로 고조됐다. 토트넘의 두 차례 슛을 팀 K리그 골키퍼 조현우가 신들린 듯 막아냈다. 소음 데시벨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토트넘 선수들의 슛도 강력했고, 이를 막아낸 조현우의 세이브도 훌륭했다. 관중들은 둘 다 응원했다. 그 순간 갑자기 드는 생각, 우리 정치도 둘 다 응원하는 상생의 정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 한 번의 함성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전반 38분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벗긴 뒤 오른발 슛으로 오른쪽 골대 상단을 뚫었다. 전형적인 손흥민존에서의 골이었다. 골키퍼 조현우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슛이었다. 손흥민의 프리시즌 2경기 연속골. 손흥민은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 화답했다. 유난히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전반 추가시간 2분. 손흥민의 '원맨 쇼'는 끝나지 않았다. 종료시간도 거의 끝나갈 무렵, 골마우스를 돌파한 손흥민이 가볍게 두 번째 골을 작렬했다. 토트넘의 모든 선수들이 나와 손흥민의 골을 축하했다. 손흥민으 멀티골이자 프리시즌 3호골. 전반은 토트넘의 3-0 리드로 막을 내렸다.
글로벌 걸그룹 트와이스의 하프타임 퍼포먼스가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팀 K리그 선수 대부분이 교체 됐다. 토트넘도 제임스 매디슨과 올리버 스팁, 브랜던 오스틴이 교체 투입됐다. 손흥민은 계속 뛰었다.
후반 초반은 팀 K 리그의 반격으로 경기장이 달아올랐다. 일류첸코와 오베르단을 비롯한 K리그 대표적 외국인 선수들이 공격 일선에 나섰다. 토트넘의 포백 수비진에 균열이 생겼다. 일류첸코가 연달아 토트넘 골문을 열었다. 후반 52분 일류첸코는 1-3 만회골을 터뜨리더니 2분 뒤 다이빙 헤더로 점수 차를 2-3으로 좁혔다. 여유를 보이던 토트넘 벤치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팔짱을 낀 채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못 했다. 그 정도로 토트넘 수비진이 구멍을 보였다. 전환 패스에 잇따라 골 찬스를 내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18분 '캡틴' 손흥민을 불러들이는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후반 22분 토트넘의 추가골이 터졌다. 윌 랭크셔가 왼쪽에서 건네준 크로스를 가볍게 밀어넣어 토트넘의 네 번째 골을 터뜨렸다. 또 관중의 함성이 터졌다. 극적인 장면에서 어김 없이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비록 심장이 쫄깃거리는 긴박감은 없었지만 비싼 돈과 시간을 들이고도 축구의 진수를 즐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후반 35분에는 오베르단이 팀 K리그의 세 번째 골을 넣고 관중들의 박수를 한 몸에 받았다. 오베르단은 손흥민의 전매 특허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달궜다. 관중은 신나고 선수들은 빛났다.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끝나고 추가시간 5분이 주어졌을 때, 6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휴대폰 라이트 응원을 펼쳤다. 마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의 우인들이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라이트를 켜며 찍는 것과 같은 장관을 이뤘다. 남쪽 응원석에서는 토트넘의 응원가(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이날 박태하 감독(포항 스털러스)이 지휘하는 팀 K리그는 조현우(울산 HD), 이명재(울산 HD), 박진섭(전북 현대), 박승욱(김천 상무), 최준(FC서울), 이동경(김천 상무), 정호연(광주FC), 양민혁(토트넘·강원FC 임대), 이승우(전북 현대), 윤도영(대전하나시티즌), 주민규(울산 HD)가 선발 출격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굴리엘모 비카리오, 벤 데이비스, 에메르송 로얄, 페드로 포로,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파페 사르, 제이미 돈리, 브레넌 존슨, 손흥민, 데얀 쿨루셉스키가 선발로 나섰다. 토트넘은 2024~2025시즌에 맞춰 바뀐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2022년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방한했던 토트넘이 2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이날 경기는 최근 토트넘과 계약을 체결한 양민혁 덕분에 관심이 더 고조됐다.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과 차세대 스타 양민혁이 나란히 선발 출전하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손흥민은 경기 전날 진행한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운 좋게도 소속팀과 한국을 찾아 축구로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며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양민혁은 팀 K리그 미디어 인터뷰 동안 "프로 첫 시즌에 올스타전에 뽑히게 돼서 영광스럽다"며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기다. 내가 갈 팀이니 유심히 볼 것 같다"며 가진 장점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여름밤의 상암벌을 뜨겁게 달군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는 토트넘의 4-3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승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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