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시칠리아 최악 가뭄에 애타는 농민…호텔엔 물 '콸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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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을 덮친 최악의 가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미 5월 초 시칠리아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살수차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가뭄이 지속되면서 해갈엔 역부족이다.
시칠리아섬의 농부 베페 팔미에리는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아 아무것도 수확하지 못했다"며 "가축에게 먹이를 주거나 물을 줄 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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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을 덮친 최악의 가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미 5월 초 시칠리아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살수차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지만 가뭄이 지속되면서 해갈엔 역부족이다.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통신 아스카뉴스에 따르면 시칠리아가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가 고갈돼 이 지역의 농업과 축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탈리아의 최대 농민협회인 콜디레티는 올해 시칠리아의 밀 수확량이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칠리아섬의 농부 베페 팔미에리는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아 아무것도 수확하지 못했다"며 "가축에게 먹이를 주거나 물을 줄 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시칠리아 당국은 살수차를 동원해 농가에 물을 보급하고 있지만 지형상 살수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 많아 한계가 있다고 아스카뉴스는 전했다.
콜디레티는 몇개월째 지속된 이번 가뭄으로 시칠리아 농가에 총 27억유로(약 4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지역의 목축업자들은 마치 유목민처럼 가축에게 먹일 목초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염소 목축업자인 루카 캄마라타는 로이터 통신에 "방목할 땅이 제로에 가깝다"며 "이대로라면 시칠리아는 사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칠리아섬의 고유 품종인 '지르젠타나' 염소를 키우는 캄마라타는 물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품종이 멸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자연재해에도 시칠리아 당국은 농작물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관광업만큼은 살리기 위해 호텔과 관광지에 물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
현지 일간지 메테오조르날레는 타들어 가는 들판과는 달리 고대 그리스 유적이 즐비한 아그리젠토 고고학공원의 분수는 계속 물이 솟아나고 호텔 수영장은 물이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당국이 지역 경제의 핵심인 관광업을 지원하기 위해 농민을 희생하고 있다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시칠리아는 수개월 동안 연평균 이하의 강우량을 기록 중이다. 5월 이후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은 지역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가뭄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부 파비오 스카란티노는 "시칠리아의 기후 변화는 현실"라며 "과거에도 기후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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