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심장부’ 때린 이스라엘…보복에 보복, 전면전 치닫나

선명수 기자 2024. 7. 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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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공습…“골란고원 공격 주도한 지휘관 사망”
헤즈볼라, 텔아비브 보복 공격 경고…국제사회 긴박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결국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30일(현지시간) 공습했다. 지난 27일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 12명이 사망한 지 사흘 만에 보복 공격에 나선 것으로,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7시45분쯤 베이루트 남부 외곽의 인구 밀집 지역인 하렛 흐레이크를 공습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습 사실이 알려진 직후 “헤즈볼라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밝히며 보복 공습임을 시사했다. 하렛 흐레이크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34일 전쟁으로 대부분 파괴됐던 헤즈볼라 거점 지역으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의사결정기관 슈라위원회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7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으로 골란고원 축구장 공격을 주도한 헤즈볼라의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슈크르는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 격인 핵심 작전 고문으로,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1983년 미군 241명이 숨진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미국은 그에게 현상금 500만달러(약 69억원)를 내걸었다.

헤즈볼라는 이날까지 슈크르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헤즈볼라 고위 간부인 알리 아미르는 현지 알마나르TV에 “적이 민간인 지역을 표적으로 삼는 매우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면서 “조만간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8일부터 계속된 헤즈볼라와의 무력 충돌 국면에서 베이루트 내 헤즈볼라 목표물을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월 베이루트 외곽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무실을 드론으로 공습해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살레 알아루리 등 6명을 사살한 바 있다. CNN은 “1월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격은 하마스 사무실만 파괴하고 주변에는 피해를 거의 입히지 않는 정밀한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공격은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지난해 10월8일 이후 가장 큰 공격”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의 이날 공습은 헤즈볼라·하마스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인 이른바 ‘저항의 축’ 지도자들이 이란의 신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에 머물고 있는 사이 이뤄졌다.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축구장 공격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책임을 부인해온 헤즈볼라가 어떤 방식으로든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 수장인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를 공격할 경우 텔아비브에 대한 헤즈볼라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헤즈볼라와 동맹관계인 레바논 시아파 정당 아말운동의 간부 탈랄 하툼은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제 (헤즈볼라의) 교전 규칙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 채널12에 “우리는 보복을 마쳤고, 지역 전쟁을 시작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리는 “우린 확전을 원치 않으며, 이는 헤즈볼라의 대응 여부에 달렸다”고 CNN에 말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전면전을 막고자 레바논, 이스라엘 양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면서도 “싸움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외교적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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