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군, 마두로에 충성 맹세…‘대선 불복’ 시위대 최소 11명 사망
정부 “쿠데타, 더 강경 대응”…미국 “개표 자료 공개해야”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서 비롯된 시위가 전국적으로 격화하면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약 750명이 체포됐다. 3선 고지에 오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시위에 나선 시민과 야권 인사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인권단체 포로 페날 발표를 인용해 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결과 발표 후 거리 시위에 나선 시민 최소 11명이 사망했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검찰에 따르면 시위대 중 체포된 사람은 750명에 달한다.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곳곳에서 시민들은 전날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3선 당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초반에 평화롭게 이어지던 시위는 시위대를 막아선 경찰과 난투극이 벌어지며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했다고 현지 매체 엘디아리오 등은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야권 핵심 인사인 프레디 수페르라노가 카라카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소총을 든 이들에게 끌려가는 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민주야권연합을 이끄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와 야권 대선 후보였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는 무력 진압에 나선 군경에 맞서 ‘평화 시위’를 강조하면서도 선관위에 대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격화하는 시위를 ‘쿠데타’로 규정하며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TV로 방송된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와 폭력, 부상자와 사망자, 파괴에 대한 책임을 곤살레스 우루티아와 마차도에게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두 사람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군은 합법적으로 선출된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과 무조건적 지지를 재확인한다”면서 시위 과정에서 군경 병력 1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로페스 장관은 2019년 후안 과이도 전 임시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도 마두로 대통령 편에 서서 진압에 나선 인물이다.
국제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정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제재에 나설 방안은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마두로 정부로부터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약속을 받고 석유 산업에 관한 일부 제재를 완화해준 미국이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분석했다. 세계 1위 원유 보유국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는 등 다시 제재를 택하기엔 미국 대선 기간에 유가가 오르는부작용을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24시간 뉴스채널 유로뉴스는 유럽연합(EU) 역시 베네수엘라 대선이 “결함과 비리로 얼룩져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제재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선 개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베네수엘라 선거 결과가 남미 민주주의의 중요한 순간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