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속전속결…언론계 “MBC 사장 친여권 인사로 교체 수순”
이진숙 “법·절차 따라”…막을 방법은 ‘가처분 신청’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임명 당일 ‘2인 체제’로 회의를 열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진 임명·추천안을 의결했다. MBC 사장 교체 수순이라 언론계와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도 이 위원장의 극우적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방통위는 이날 오후 5시 제34차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6명과 감사 1명을 임명하고, KBS 이사 7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방문진 현 이사진은 오는 12일, KBS는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는 이날 임명된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2인이 참석했다. 방통위는 “나머지 이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진은 9명, KBS 이사진은 11명이다. 이날 이 위원장은 두 이사회에서 관례적으로 배분돼온 비율에 따라 여권 추천 몫 이사들만 의결했다. 두 이사회 모두 여권 추천 이사들만으로 회의 소집이 가능하다.
방문진 이사에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익범 법무법인 허브 대표변호사가 임명됐다. 감사로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KBS 이사로는 권순범 현 이사와 서기석 이사장이 임기를 이어간다.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이인철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방심위 5기 상임위원이 추천됐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뒤 ‘임명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과 절차에 따라서 했다”고 답했다.
방문진 새 이사진이 임명돼 임기를 시작하면 MBC 사장 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는 이 위원장 임명과 이사진 교체가 현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인물을 MBC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하명으로 공영방송을 해체하고, 며칠 전 연임된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언론 자유를 말살할 이 위원장의 시간은 한국 언론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폭력적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이 국민의 심판을 받을 시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통제와 장악을 전광석화의 기세로 밀어붙여왔다”며 “방통위는 극우 편향 인사들의 방송 통제와 장악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시민사회도 거세게 반발했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친일 편향, 민주주의 역사 부정,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유족 비하, 문화예술인 낙인찍기, 적대적 노동관, 삐뚤어진 언론관, 과도한 극우 편향 등 부적격 사유가 걸치지 않은 사회 영역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야당으로선 이사진 교체를 막을 방법은 의결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일단 막고 본소송으로 공영방송의 법적 취지, 사회적 역할 등을 두고 법률적으로 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준비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이 처분은) 단 2명 위원 심의·결정에 따라 이뤄져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언급한 바 있다.
국회 과방위는 2일 이 위원장과 방통위 사무처 직원을 불러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MBC 관계자는 “방문진 이사 선임은 날림, 꼼수, 부실, 위법의 결정판”이라며 “MBC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한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여러 법적, 도덕적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박채연·조해람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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