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진숙 임명, ‘방송 입틀막·정치 파국’이 윤 대통령 뜻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장 등은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KBS 이사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3명 선임안을 의결했다. 야당과 언론단체의 반발에도 군사작전하듯 10시간 만에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 선임 절차를 끝내며 폭주한 것이다. 야당은 1일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다. 정국은 방통위원장 ‘임명-탄핵’의 극한 충돌로 파국을 맞게 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최우선 순위가 ‘방송 입틀막’뿐인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까지 정부는 작심한 듯 무리수를 남발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하루 만에 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며 국회 절차를 요식행위로 만들었고, 대통령 몫 방통위원으로 김 전 부위원장을 임명해 ‘2인 체제’를 재가동시켰다. 전체회의 안건은 24시간 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는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도 무시됐다. 무엇보다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도덕성·자질·준법의식 등 모든 면에서 공직 후보자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갖추지 못한 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 자체가 대통령 인사의 적격성과 절차를 형해화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선임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것은 공영방송의 ‘친윤 방송’ 만들기 외엔 달리 생각할 수 없다. 정부가 표방한 “공영방송 공정성의 재정립”이 의도였다면, 정권을 불문하고 반복되는 방송장악 논란의 악순환을 이참에 끊는 전환적 발상이 필요했다. 국회의장 중재 제안 등도 있었지만, 이 공론화·절충 기회를 걷어찬 것은 정부·여당이었다. 방송장악 폭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파국의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
법원은 지난 30일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의 ‘미세먼지 파란색 1’ 보도에 대해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내린 ‘관계자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MBC ‘미세먼지 1’ 징계 결정은 역사에 남을 정권의 오점으로 기록될 상황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MBC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선방위 법정 제재에 대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17건 모두 인용 결정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MBC 입틀막을 위해 빼든 무리수가 법원 제동으로 무효화된 셈이다.
오불관언하듯 방송장악을 밀어붙이는 국정 세력과 그로 인한 파국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암담하다. 방통위 인사는 파행을 반복하고, 22대 국회도 개원 후 두 달 동안 정치 실종을 넘어 ‘진공’ 상태에 빠졌다. ‘2인 체제’에서 밀어붙인 인사·결정은 또 다른 송사로 이어질 게 뻔하다. 훌륭한 정치적 리더십은 권한은 절제하고 책임엔 적극적일 때 발휘된다.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다. 티메프 사태와 들썩이는 부동산 문제 등 중대한 현안들이 산적한데 윤 대통령의 관심은 오직 KBS·MBC 장악 하나뿐인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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