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서 하마스 지도자 피살…가자 전쟁 확전 위기감 커져

하마스 보복 다짐…이란도 “피 헛되지 않을 것” 국가안보회의 소집

이란 시민들이 31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암살 당한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62)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암살됐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는 이란의 “의무”라고 말해, 가자 전쟁 불길이 중동 전체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31일 성명을 내어 하니야가 “테헤란에서 전날 열린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테헤란의 사저에서 기만적인 시오니스트의 습격을 받아 순교했다”고 밝혔다. 경호원 1명도 숨졌다. 그가 어떻게 숨졌는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아랍 위성방송인 알마야딘은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하니야가 숨졌으며, 미사일 발사 장소는 이란 영토 내가 아니라 다른 나라라고 전했다.

하마스 수석 대변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하니야 암살이 “(이스라엘이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여러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복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휴전 협상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인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아미하이 엘리야후 이스라엘 문화유산부 장관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하니야의 죽음으로 “세상이 더 나아졌다”는 글을 올렸다.

30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왼쪽 둘째)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오른쪽)와 만나고 있다. 다음날 새벽 하니야는 테헤란에서 암살당했다. AP 연합뉴스

앞서, 30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주택을 폭격한 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오른팔”이자 전시 작전 계획 및 지휘를 보좌하는 자문 역할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헤즈볼라는 2인자로 꼽히는 슈크르가 폭격 당시 건물 안에 있었다고 밝혔으나 그의 생사는 확인하지 않았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이 지원하는 ‘저항의 축’에 속하는 세력들이다. 특히,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하마스 최고위급이 암살당하자, 이란은 31일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소집했다. 회의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소집해 관저에서 진행했으며, 하메네이가 보복을 다짐해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노지원 김미나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