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과 북·중·러 참여한 ARF 의장성명에 ‘북·러 규탄’ 빠져
지난해 회의 성명과 유사한 수준
정부가 기대한 ‘북·러 협력 비판’ 내용은 불발
최근 라오스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의 의장성명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북·러 조약 체결에 따른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6~2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4개의 의장성명이 지난 30일 발표됐다고 외교부가 31일 밝혔다. 이들 회의는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일컫는다. 특히 ARF는 한·미·일과 북·중·러 등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과 주요 관련국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라 주목을 받았다.
ARF는 의장성명에서 많은 장관들이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급증,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를 두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 등을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동향”이라고 표현했다.
성명에는 많은 장관들이 북한이 모든 관련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관련 당사들 간 평화적 대화, 그리고 비핵화된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했다. “많은 장관들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평화적 방식으로 이뤄내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주목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성명은 “모든 관련 당사자들간의 평화적인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을 포함한 외교적 노력은 우선순위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3개 회의의 의장성명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회의 때 나온 의장성명과 대체로 유사하다. 다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여러 다자 및 양자 회의에서 계속 강조한 북·러의 군사협력을 비판하는 내용은 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넣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했으나 불발된 것이다. 정부도 애초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27일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ARF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북 밀착은 당사자 간 협력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의장성명에 포함하는 데) 반대가 심할 것이고, 이를 신경 쓰는 나라도 많아서 상대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라고 했다. 또 의장국인 라오스는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이다.
다만 ARF 의장성명에는 북한과 러시아가 집중적으로 제기한 주장도 담기지 않았다. 북·러 측은 ARF 회의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위협적인 행동을 벌이고 있다며, 역내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에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줄곧 미국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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