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주력산업도 수출호황 못 누리는 부산
우리나라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 역성장하는(지난 25일 한국은행 발표 자료) 등 경제 전반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수출은 ‘나홀로 호황’을 질주 중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의 수출은 3347억 달러로 전년 대비 9.0% 성장했다. 관세청이 이달 20일까지 집계한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을 봐도 전년 동기보다 18.8% 증가한 371억7100만 달러로,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큰 폭으로 하락했던 작년의 기저 효과에, 원화가 평가절하된 고환율이 겹쳤고, 수출 부진의 주요 요인이었던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의 글로벌 시장이 살아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탄력 받은 정부는 올 한 해 수출액 목표를 역대급 규모인 7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수출이 고금리 내수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견인할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부산으로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 부산 수출액은 7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다. 전국이 9.0%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수출 호황의 시대’ 특수를 부산경제는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최근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주요 수출기업 100개사를 상대로 시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전망도 좋지 않다. ‘올해 수출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고,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대답은 29%였다. 작년 수출이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71%가 올해 수출 약세에 무게를 둔 셈이다. 고환율이 호재로 작용하지만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후티 반군 공격에 따른 홍해 사태로 해상운임비마저 중동 위기 전에 비해 3배 넘게 폭등하면서 수출기업들은 아우성이다.
부산 주력 제조업의 수출이 이상신호를 보인다는 점이 더 위험하다. 부산경제진흥원이 최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부산의 주력 품목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부품과 조선기자재(선박해양구조물 및 부품) 수출의 감소세가 10년 새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2014년 상반기 기준 6억6100만 달러였던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억1900만 달러로 3분의 1 토막 났고, 조선기자재도 같은 기간 3억8900만 달러에서 2억4600만 달러로 36% 급감했다. 자동차 조선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지만 해당 부품산업이 주력인 부산은 낙수효과를 아직 누리지 못하거나 역주행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이다. 중국의 기술 고도화로 추격을 허락한 와중에 미국의 규제 강화에 대비한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까지 겹치면서 부산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리는 상태다. 부산상의 100개 수출기업 설문에서 28%가 글로벌 경쟁이 늘었다며, 주요 수출경쟁국으로 중국을 꼽기도 했다.
수출금융·물류비 지원 등 단기적인 대책도 중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부산 맞춤형’ 새 틀을 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전략산업이라고 그간 해왔던 대로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등에 집중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해양통신 전력반도체 등 부산 현재 산업과 연계되면서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정보통신(IT) 제품군을 발굴, 수출 산업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5월 경남 사천에 개청한 우주항공청의 배후단지로서 부산이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항공기부품산업 같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면서도 중소기업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나날이 강력해지는 환경 규제, 글로벌 사우스 시장 확장, 공적원조 증가에 따른 조달시장 확대 등 최근 무역환경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상의가 최근 꾸린 전문가 위주 ‘33인의 정책자문단’이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이 역할을 하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아울러 “부산이 ‘서비스 산업 도시’인 만큼 제조업 전략·대책에만 매몰되지 않고 서비스업 수출 산업화도 필요하다”는 부산경제진흥원의 보고서 제안 내용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선정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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