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망이 진화시킨 괴물…K-크리처물도 진일보하길 기대”

이원 기자 2024. 7. 3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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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시리즈 이응복 감독

- 괴물 최종 진화와 신인류 이야기
- 시즌3으로 5년간 대장정 마무리
-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연출
- 멜로·판타지 넘나드는 도전 계속
- 송강·이도현·고민시 발굴 성과도
- “사람 냄새 가득한 작품 하고 싶어”

2020년 시즌1을 시작으로 시즌이 거듭될수록 세계관을 확장해 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지난달 19일 시즌 3을 공개하고 5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사람들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욕망을 바탕으로 괴물화가 진행된다는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이응복 감독이 연출한 ‘스위트홈’ 시리즈는 K-크리처물의 새 지평을 열고 매 시즌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스위트홈’ 시리즈를 연출한 이 감독은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연출 철학을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입을 뗀 후 “두려움 속에서 조용히 한 번 해보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시즌 1이 공개됐을 때는 팬데믹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주셔서 시즌 2·3까지 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크리처물 작업은) 처음이어서 고난도 많이 겪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해낼 때는 기쁨도 느꼈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 감독은 이전에도 드라마 ‘드림하이’ 시리즈, ‘학교 2013’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하며 학원물 멜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시대극 등 장르를 넘나든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다. 그는 ‘스위트홈’보다 더 진일보한 크리처물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길 바란다. “최근 시즌 3이 공개됐는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 많은 크리처물이 기획 중이이던데, 다른 창작자분들한테도 ‘스위트홈’의 공과 과가 모두 도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K-드라마 전체를 사랑하는 이 감독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즌 2와 함께 제작된 ‘스위트홈’ 시즌 3은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한 사투를 그렸다. 시리즈를 진두지휘한 이 감독은 인간과 괴물을 이분법적인 접근으로 다룬 시즌 1, 괴물의 진화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며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 시즌 2에 이어 시즌 3에서는 괴물의 최종 진화인 신인류로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그렇다면 ‘스위트홈’ 시리즈를 통해 이 감독이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작품의 메시지는 원작의 세계관에서도 나온다.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괴물이 되고 고치가 되더니 욕망을 모두 소진한 다음에는 감정이 없는 신인류가 된다”며 “이 세계관 안에서 인간은 어떤 길을 선택하고, 내 연인이나 가족 친구 이웃이 신인류가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아가 인간성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한 사투를 그린 ‘스위트홈’ 시즌3. 넷플릭스 제공


‘스위트홈’의 또 하나의 성과는 앞으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든든하게 받칠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했다는 것이다. 송강 이도현 고민시 고윤정 박규영 등이 시즌 1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으며, 이들은 현재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으며 맹활약하고 있다. 숨은 보석을 먼저 알아보고 캐스팅한 이 감독은 “처음부터 (배우들이) 너무 잘해서 잘될 줄 알았다”며 “촬영 현장에서 태도도 너무 좋은 배우들이었다. 시즌 1은 한 세트에서 다 찍었기 때문에 협동심도 강했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도 컸다. 그게 이들에게 자산이 된 것 같다. 다른 드라마에서 활약하는 걸 보니 뿌듯했다”고 했다.

시즌 1 촬영 때 맏형 역할을 한 이진욱에 대한 칭찬도 전했다. 이 감독은 “(이진욱 배우가) 신인 친구들을 격려하며 아빠 엄마 역할을 모두 했던 것 같다. 한 장면도 찍지 못하고 돌아간 적도 있는데 늘 괜찮다고 했다. 그런 모습이 신인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어떤 장르의 작품을 연출하든 ‘사람 냄새나는 가족, 또는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가 좋은 성적을 냈는데 사실 이 드라마가 요즘 트렌드에 맞는다고 보긴 힘들지 않나. 내가 좋아하고 하고자 하는 작품도 결국 사람 얘기다. 통속적인 이야기도 좋고, 가족극도 좋다. ‘스위트홈’ 시리즈 역시 크리처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 사람 얘기였다”고 철학을 밝혔다. 이어 “‘미스터 션샤인’ 첫 회가 나왔을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첫 회 방영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백정’이었다. 주인공은 안 나오고, 백정의 삶과 전투 장면이 길게 나와서다. 지루하더라도 그 시대에 대한 묘사를 보여주려고 했다. (시청자의) 입맛에 맞게 가기보다 때로는 다소 불편한 맛이 있지만 곱씹어 보면 좋은 것들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드라마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감독. 앞으로도 그의 작품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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