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속도내는 'AI 기본법'…"잠재적 위협보단 현재 문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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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을 추진 중인 'AI(인공지능) 기본법'이 불확실한 위험 분야를 정의하거나 금지하기보다는 딥페이크나 저작권 문제처럼 이미 발생하고 있는 위험들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되어야 한다."
안소영 LG AI연구원 정책수석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AI 기본법 제정 방향과 전망' 세미나에서 "AI가 발전할수록 AI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지만 이런 두려움보다는 이미 발생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다뤄줬으면 하는 것이 산업계의 바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와 테크 커뮤니케이션 기업 팀쿠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공동주최로 AI 기술 발전에 맞는 법제도와 지원 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다.
AI 기본법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6개의 법안이 새로 발의된 상태다. 21대 때 발의된 법안과 마찬가지로 AI 개념 규정과 AI 산업 육성, 안전성 확보에 관한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입법 과정에 시간을 끌기보다는 우선적으로 AI 기본법을 만든 다음 추후 필요한 사항에 대해 법 개정이나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는 등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악용 사례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어 한 번에 모든 내용을 망라한 AI 기본법을 제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AI 산업 진흥과 규제에 대한 큰 방향성을 조속히 제시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법을 시행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보다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에 집중해 AI 기본법을 통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소영 정책수석은 "기술개발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기술개발을 조금 더 진흥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 많은 자원을 투입해 기술개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법안이 도와줬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법을 만드는 이유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 예측 가능성을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조항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기업과 시민사회가 생각하는 AI의 위험에 관한 인식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 소장은 "EU(유럽연합)의 AI 법안을 과도하게 차용한 부분이 있어 우리나라 현실이나 글로벌 AI 환경을 잘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안전장치를 만들 생각이라면 글로벌 기술 속국이 되지 않도록 설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미국에 맞게, EU는 EU에 최적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에 최적화할 수 있도록 AI 법이 제정돼야 한다. 단순히 기술적 접근보다는 AI 생태계와 밸류체인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기정통부는 'AI안전연구소'를 설립해 AI가 안전하게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남철기 과기정통부 AI 정책과장은 "올해 11~12월부터 ICT 유관기관들과 AI안전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철기 과장은 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각국의 AI안전연구소 사례를 조사했다. 공통점은 규제 기관이 아니라 안전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라며 "AI 위험을 정의·테스트하고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각 부처의 AI 관련 입법 경쟁으로 인해 AI 기본법이 '제2의 개망신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 과장은 "과거 데이터3법에 대해 언론에서 개망신법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AI 법이 각 부처별로 우후죽순으로 생기면 이 또한 개망신법으로 불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담는 완벽한 계획을 만들 수는 없다. AI 기본법을 먼저 만든 다음 그 이후 필요하면 개별법에서 정리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현재 정부 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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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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