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심장서 하마스 지도자 피살…이스라엘에 ‘피의 보복’ 통첩

노지원 기자 2024. 7. 3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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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이자 테러리스트인 시온주의 정권은 우리 집에서 우리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 강한 처벌을 준비하겠다."

31일(현지시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던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가 암살당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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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강한 처벌 준비” 보복 지시
가자전쟁 중동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
이란 시민들이 31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암살 당한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범죄자이자 테러리스트인 시온주의 정권은 우리 집에서 우리 손님을 순교하게 했다. 강한 처벌을 준비하겠다.”

31일(현지시각)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란 새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던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가 암살당한 사건에 대해 이렇게 다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 이슬람공화국 영토에서 발생한 쓰라린 사건과 관련해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을 우리의 의무로 여겨야 한다”고 보복을 지시했다. 자신의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숨진 하니야에 대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엑스(X)에 “이란은 테러리스트 침략자(이스라엘을 지칭)들이 그들의 비겁한 행동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마스 정치국을 이끌며 가자 전쟁 휴전 협상도 주도했던 그가 암살당하면서 휴전 협상은 파탄 위기에 처했다. 또한, 그가 하마스를 지원하는 핵심 국가인 이란의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당했고 이란도 최고 지도자도 응징을 천명했기 때문에, 이란이 이스라엘에 어떤 형태든 보복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지난 4월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이스라엘군이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외 작전 부대인 쿠드스군의 사령관 중 한 명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준장 등을 살해하자, 같은달 13일 밤과 14일 새벽 이스라엘 본토에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200발 이상을 발사하는 공격을 한 바 있다. 대부분은 격추돼 이스라엘 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타격했다는 점에서 가자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번에도 이란의 대응과 이스라엘의 맞대응에 따라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하니야가 숨지기 전날인 30일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건물을 폭격해 최소 3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2인자 격인 최고위급 군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노리고 폭격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밝혔고, 헤즈볼라도 슈크르가 건물 안에 있었다고 확인해 그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7일 저녁 이스라엘 점령지인 골란고원의 마즈달샴스의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 12명 숨진 것이 헤즈볼라 소행이라며 보복 공격을 한 것이다.

이란 시민들이 31일(현지시각) 테헤란에서 암살 당한 하마스 정치 부문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양국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매일같이 공격을 주고받아 왔지만, 헤즈볼라 2인자 제거를 위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전면전 비화 우려까지 커진 상황이다. 헤즈볼라는 무장정파이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세력으로 전투원 2만~5만명에 미사일 12만~20만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에 속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이란 및 저항의 축 대 이스라엘 사이 충돌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튀르키예 등 주변 국가들도 이번 사태로 확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저항의 축에 속하는 예멘 후티 반군도 “그(하니야)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악랄한 테러리스트 범죄이며 법과 이상적 가치들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영국 전 국가안보 자문인 피터 리키츠는 하니야 암살로 하마스는 가자 전쟁 휴전에 응하기 어렵게 됐다며 “중동은 매우 위험한 시간으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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