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매대금, 제3금융권 넣어 빼돌리기 막아야"... 티메프 사태에 `에스크로 도입` 필요성 대두
"정산주기 축소면 해결" 반발도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이른 바 '확대된 에스크로'를 적용하는 법·제도 검토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셀러(판매자)에게 줄 판매대금 100일치가 오픈마켓 플랫폼에 묶이는 정산주기를 악용한 판매대금 유용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31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소비자-셀러 간에만 도입돼 있는 '에스크로'(제3 금융권 예치제도)를 판매자-플랫폼 간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정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산주기 축소에는 모두가 동의
국회에서는 정산주기 축소와 함께, 정산해 줄 돈을 제3의 별도계정에 예치하게 하는 이른바 '에스크로 확대 적용'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셀러 간 에스크로 만으로는 판매대금 미정산·미정산금 유용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플랫폼 이용 사업자한테 돈이 올 때까지 그 돈에 손을 못 대게 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이 부분이 안 돼 있어 언제 문제가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티몬·위메프는 소비자-셀러 간 에스크로는 도입돼 있지만, 정산금이 걸려있는 셀러-플랫폼 간에는 이 같은 장치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판매자들도 고객 보호를 위해 에스크로에 가입돼 있는 상태"라며 "8월부터는 에스크로를 셀러 간 거래에 도입해 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판매대금이 저희를 거치지 않고 제3금융권에 넣어놨다가 셀러한테 가는 방식이 된다"고 말했다.
◇당국도 정산자금 안전관리에 적극
이와 관련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별도계정 문제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전자금융거래법 등 다른 대안을 통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16층 대회의실에서 취임 후 열린 첫 간부회의에서 "정산자금 안전관리와 정산주기 단축 등 판매자, 소비자에 불리한 영업 관행을 개선해 이커머스 산업의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법·제도 개선 요구는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줘야 할 정산금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엄한 곳에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날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정무위 현안질의에서 한 발언을 종합해보면, 지난 2월 큐텐은 해외 이커머스기업 위시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티몬·위메프 판매대금의 일부를 포함해 400억원의 현금을 투입했다.
판매자에게 줄 돈, 즉 '남의 돈'을 다른 데에 갖다 쓰고도 구 대표는 정무위에 나와 "400억원은 한 달만에 모두 상환했다"고 오히려 당당히 말했다. 그는 "계속 지속돼 온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었기에 앞으로 비용을 줄이고 수익전환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정산금 지연으로 당장 가게 문을 닫게 생긴 판매자들과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커머스업계 전수조사 필요 주장
이러한 가운데 국회에선 이머커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은 이와 관련해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 전부 전수조사 해야 된다"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판매 대금을 받아 60일 동안 굴리면, 그걸 어떻게 굴리는 것인지, 그론 돈이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지적했다.
다만 별도계정 등 에스크로 확대 법제화는 플랫폼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티몬·위메프 사태는 플랫폼이 판매대금 정산주기를 10일 내로 짧게 가져가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라며 "에스크로 제도가 판매자-플랫폼 단계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규제가 생기면 이를 사업자로서 따라야 하겠지만, 플랫폼 기업으로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 대금을 100% 어디에 가둬두면 돈 운용이 안 되는 구조다. 정산해줘야 할 돈을 최대한 빨리 정산해줘서 플랫폼들이 돈을 다른 곳에 쓰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대책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 예치를 해야 하는 비율과 예치 기간을 어느 정도 선으로 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정부는 이를 정할 때 플랫폼 업체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자문을 구해야 할 것"이라며 "이머커스 업체들이 돈이 묶여버리는 구조가 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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