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윤 대통령 `센 내각` 앞세워 거야 돌파한다

김세희 2024. 7. 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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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김문수 임명 카드 꺼내
지지층 구축위해 강성성향 등용
野 탄핵·노랑봉투법 강행 '맞불'
탄핵남발 프레임 씌울 가능성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거야가 탄핵청문회 등 파상공세를 이어가자 윤석열 대통령이 강공을 선택했다. 강한 내각을 구축해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31일 야권의 반대에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재가했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게 이런 기류를 대변한다. 약한 내각으로는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강성 인사를 기용한 것이다. 향후 내각 인사에서도 이런 강성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위원장과 김 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동시에 처리했다. 거야가 최근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강행처리를 예고하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보수성향이 강한 강성 인사다. 이 위원장은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일본군 위반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역사관 등을 놓고 야권과 충돌했다.

야권에 탄핵추진에도 사퇴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31일 여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을 받으로 보인다. 그간 방통위원장들은 업무 마비를 우려해 야당의 탄핵 직전 사퇴해 왔지만, 이번엔 방문진 이사진 선임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 굳히 사퇴로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80년대와 90년대초 노동운동에 투신한 인사로, 90년대 중반 보수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야당이 강행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헌법과 민법의 충돌 △계약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책임소재 판단 △학계 등의 문제제기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뜻하는 약자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노동투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너무 과도해서 노조나 개인을 파산시키는 일들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이해당사자들 간 충분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서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운영하는 즉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가동되면 즉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 위원장이 이날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경우 곧바로 탄핵 절차에 돌입해 오는 1일 본회의에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일 또는 3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의 지명에 대해 "고용노동부 전체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한 부처 전체를 통째로 극우 유튜버 손에 넘기겠다는 처사"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지명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함께 "김문수 내정자 또한, 국민 앞에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이같은 파상공세가 계속될 경우 윤 대통령은 앞으로 강성 인사를 장관에 지명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윤 대통령도 맞불을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야 공세가 거세질수록 윤 대통령도 '기가 센 인물'을 내세워 대응할 것이라는 의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권에서 계속 윤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을 유도하고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는 상황이 반복되면, 대통령 입장에서 핵심 지지층의 탄탄한 지지를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이들이 요구하는 강성 성향의 사람들을 등용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또 "프레임 싸움을 전환시키는 효과도 있다"며 "야권에서 자신들과 배치되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탄핵'을 남발하는데, 이번 인선도 반발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거야에 '탄핵남발' 프레임을 덧씌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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