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인사이드 아웃2’의 켈시 맨 감독은 픽사의 연출 제안을 받고 ‘불안’에 빠졌다. 거대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인 데다 1편의 호평을 이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도 사춘기 시절, 라일리에게 새로 생긴 감정인 불안에 시달렸다. 생일 파티 사진을 봤는데, 5살 때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러다 8살, 11살, 13살이 됐다. 미소가 사라졌다. 그저 앉아서 케이크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내가 이 모든 것을 축하하고 이 모든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을까”라고 자책했다. 불편한 순간이었다. 감독은 과거 경험을 통해 10대에게 일어나는 일과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실제 팬데믹 이후 미국 10대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진 사실에 주목했다. 그가 ‘인사이드 아웃2’를 만든 이유다.
이 영화엔 1편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에 이어 불안, 따분, 부럽, 당황의 감정이 새로 들어온다. 이 가운데 불안은 양손에 가방을 잔뜩 들고 있다. 그만큼 걱정과 근심을 한가득 쌓아놓은 캐릭터다. 불안은 기쁨의 친구들을 유리병에 담아 쫓아내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를 단숨에 장악한다. 적들을 제거한 불안은 라일리에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단짝친구들보다는 새로운 팀 선배들과 어울리라고 강요한다. 실력이 부족하다며 라일리를 채찍질하는가 하면, 심지어 코치의 노트를 훔쳐보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라일리는 갈수록 극단을 향하고, 결국 폭주를 거듭한다. 라일리를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하며 최선을 다한 결과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심리치료와 모험’의 테마를 품고 있다. 슬픔을 거북하게 여겼던 기쁨은 1편의 마지막에 이르러 슬픔을 이해하고 끌어안는다. 불안의 폭주에 난감해하던 기쁨은 슬픔을 받아들였듯이 불안도 곁에 둔다. 기쁨 일행은 불안에게 쫓겨나 모험을 떠났다가 지하실에 갇혀있는 게임 캐릭터 랜스를 만난다. 랜스는 라일리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비디오 게임 캐릭터인데, 그는 자신이 쓸데없다고 고개를 떨군다. 이때 까칠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고 말한다. 까칠의 위로에 힘을 얻은 랜스는 엉뚱한 행동으로 위기에 처한 기쁨 일행의 탈출을 도와준다. 이 영화는 “난 왜 이렇게 사는 걸까”라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마법을 부린다.
기쁨은 도대체 왜 저런 감정이 있어야 하는지 몰랐던 슬픔과 불안을 포용했다. 쓸모없는 존재가 없듯, 필요 없는 감정도 없다. 모든 감정은 그 자체로 ‘나’라는 사람을 이룬다. 연출 제안을 받고 불안과 두려움에 떨었던 켈시 맨 감독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는 집에서 하루 동안 고심한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불안은 그의 창작 욕구를 자극했다. 감독은 자신이 ‘리스트 메이커’라고 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것은 불안을 희석하는 방법이었다.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켈시 맨 감독은 불안을 컨트롤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인사이드 아웃2’는 불안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마법이 숨어있다. 그 마법은 당신에게도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