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과 예술가 [크리틱]

한겨레 2024. 7.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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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래퍼 투팍이 가장 사랑한 노래가 돈 매클린의 '빈센트'(1972)였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투팍은 '세상에 이해되지 못함'을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고흐조차 피할 수 없는 예술가의 보편적인 운명이라고 해석한다.

"그들이 결코 인정한 적 없는 너의 인생을/ 너는 그들에게 주었다가 회수해 간다." 요컨대 투팍에 따르면 예술가와 세상은 피상적인 관계를 맺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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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뉴욕 근대미술관 소장.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요절한 래퍼 투팍이 가장 사랑한 노래가 돈 매클린의 ‘빈센트’(1972)였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세상에 대한 분노를 과격한 언어로 쏟아 낸 흑인 래퍼와, 백인 가수의 잔잔한 포크송은 기묘한 조합으로 느껴진다. 투팍은 고등학생 시절 이 노래를 위한 안무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1996년 그가 총상을 입고 이미 가망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을 때, 그의 여자친구의 요청으로 병원은 이 노래를 반복해서 틀어 주었다.

‘빈센트’는 제목 그대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생을 노래한 것이다. 돈 매클린은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1889)에 대한 경외감과 그의 전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가사로 표현했다. 노래에 따르면, 고흐는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고통받았다. 멀쩡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세상이었으며, 고흐의 잘못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냉대하는 세상에 순수한 사랑을 준 것뿐이다. 따라서 그는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 “연인이 흔히 그러듯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때는 그를 몰라본 세상이 아마 지금은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피력하며, 아름답지만 다소 감상적인 이 노래는 끝난다.

이 노래에 관한 투팍의 사색은 사후 공개된 시 ‘별이 빛나는 밤’에 나타나 있다. 투팍은 ‘세상에 이해되지 못함’을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고흐조차 피할 수 없는 예술가의 보편적인 운명이라고 해석한다. 예술가는 “너의 걸작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세상을 향해/ 자랑스럽게 그것들을 보여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결코 인정한 적 없는 너의 인생을/ 너는 그들에게 주었다가 회수해 간다.” 요컨대 투팍에 따르면 예술가와 세상은 피상적인 관계를 맺을 뿐이다. 예술가의 성공은 제한적이다. 세상은 예술가에게서 대충 자기들이 듣고 싶은 것만을 발라내기 때문이다.

고흐의 예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유명해진다 해도 그 관계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고흐는 사랑받고 이해되는 것 같지만, 그가 무시당했던 시대보다 수용자가 나아졌기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무명 화가 고흐는 이미 사라졌다. 우리는 단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고흐를 알 뿐이다. 모두가 떠받드는 예술가를 좋아하기는 쉬운 일이다. 그 점은 고흐를 몰라봤던 당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여기서 아이콘이 되는 것을 꼭 예술과 반대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유명해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술가가 되기를 동경한다고 할 때 그 근저에 있는 욕망은 상당히 불확실한 것이다. 너는 사람들의 숭배와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하나만 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두 가지는 실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며, 예술가 지망생의 경우 오히려 전자가 훨씬 커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숭배와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이 젊은이들에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예술가들은 충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는 이름 없이 죽는다.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그에 대한 추억을 말하며 애도하는 행운은 드물게만 주어진다. 아마 고인도 그런 인정이 싫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인 한,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요약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쓴 내밀한 이야기가 이해되기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한다. 에밀리 디킨슨이 썼듯, “명성이란 상하기 쉬운 음식”이며 어느 순간 처치 곤란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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