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킬 당하면 어쩌죠”…대주주 맘만 먹으면 ‘밸류킬’, 84곳 위험하다는데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7. 31. 18: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폐 목적 공개매수 막히자
락앤락·커넥트웨이브 등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우회
과반수 지분만으로 상폐 가능
타상장사도 위험 노출될수도
저평가된 주식을 최대주주가 헐값에 공개매수한 후 자진상장폐지하는 ‘밸류킬’이 문제로 지적되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자 포괄적 주식교환 합병 방식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공개매수자가 자진상장폐지 요건보다 적은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이 방식을 쓰면 지분 100%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은 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서 주식을 뺐어와 모회사로 이전하고, 그 대가로 해당 주주에게 모회사의 주식 혹은 현금을 주는 제도로 자회사 상폐에도 활동된다.

적은 지분으로도 포괄적주식교환은 가능하다. 현재 상장사 상당 수가 대주주의 의중에 따라 상폐 대상이 될 수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되어 있는 주식 중 대주주 지분이 66% 이상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종목은 84개(지주회사 제외)로 집계됐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참석인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주주 지분이 66%, PBR 1배 이하란 뜻은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손쉽게 헐값에 주식을 우회 상장폐지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주총 참석인원의 3분의 2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50% 지분 정도만 확보하면 포괄적 주식교환을 이용한 상폐로 갈 수도 있다. PBR 1배 미만이면서 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종목은 260곳이다. 전체 상장회사의 10%가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한 상장폐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상장폐지는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보다 소수주주들에게 훨씬 불리하다. 공개매수를 통한 상폐를 하려면 코스피 95%, 코스닥 9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포괄적 주식교환은 훨씬 적은 지분으로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개매수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도 대주주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할 수 있을 지분율만 확보해도 상폐를 추진할 수 있다.

김규식 비스타글로벌자산운용 매니저(변호사)는 “공개매수는 주식 가격의 10~20% 정도 할증이라도 해주는데 포괄적 주식교환은 과거 주가의 가중평균해서 합병비율을 정하니 소수주주에 불리하다”면서 “2016년에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포괄적 주식교환과 현금교부방식 합병을 도입된 상법 360조3 3항4호 조항이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방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소액주주는 “주식에 투자할 때 큰 수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회사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냐”면서 “커넥트웨이브 같은 사례를 보면 다른 기업들도 대주주 마음대로 소액주주를 쫓아낼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커넥트웨이브 뿐만 아니라 락앤락도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커넥트웨이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4월 공개매수 가격으로 주당 1만8000원(직전 3개월 평균주가 대비 22.6% 할증)을 제안했다. 이에 커넥트웨이브 전신인 다나와 시절인 2021~2022년 상반기 주당 2~3만원에 주식을 사고 물려 있었던 상당수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 가격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는 두 차례에 걸친 공개매수에도 자진상폐를 위한 목표지분율(코스닥 기업 90%)을 채우지 못했고 커넥트웨이브 지분 약 82%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 중 하나인 ‘현금지급’을 선택했고, 공개매수와 같은 주당 1만8000원을 주주들에게 제시했다. 주주 입장에선 이미 커넥트웨이브 이사회서 포괄적 주식교환(특별결의 사항으로 3분의 2 동의가 있으면 가능) 안건이 승인된만큼, 울며겨자먹기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역시 커넥트웨이브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역시 지난 5~6월 진행한 두 차례에 공개매수서 목표지분율을 못모으고, 현재 락앤락 지분 약 86%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피너티는 소액주주와 협의에 응하지 않고, 총주식 3분의 2만 확보해도 소액주주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포괄적 주식교환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미 어피너티는 지난 6월 5일 공시를 통해 포괄적 주식교환을 언급하며 “(추후엔) 경쟁매매 체결방식에 따라 거래가가 결정되므로 반드시 8750원에 매매거래가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소액주주에게 유의하라고 밝혔다.

락앤락 소액주주 연대 카톡방 등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조직적으로 모여서 협상단을 꾸리고 어피너티와 공개매수 가격과 관련해 협의할 예정이다. 협의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개미. [사진 제공=연합뉴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