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자 처우 개선 없인 미래도 없다
역사적으로 세상을 발전시키고 나라를 부강케 하는데 과학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를 기아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 또한 과학기술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과학자들은 중요한 지식인이자 선구자로서 존경을 받아왔고, 많은 훌륭한 젊은이들을 과학자의 길로 인도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 과학자, 그중에서도 출연연 과학자는 존경보다는 그저 괜찮은 직업 중 하나로 격하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과학자 인식 격하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아져만 가는 과학자의 처우이다. 특히 출연연은 공공기관이라는 굴레 속에서 고통 분담, 재정 효율화 등의 이유로 그나마 많지 않던 복지제도를 하나둘 폐지해 왔다. 출연연 과학자의 처우가 낮아지는 동안 학원을 강타한 메디컬 열풍과 이공계 기피 현상은 커져만 갔고, 이는 상대적으로 과학자의 위상을 더욱 떨어트렸다.
출연연은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고, 급기야는 내부의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도 막지 못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자발적 퇴사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젠 출연연에 몸담은 사람이면 피부로 느낄 지경까지 왔다.
무엇이 문제일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접'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과학자들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처음 연구기관을 설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외 과학자를 유치할 때 과학자들의 연봉을 보고 "나보다 많이 받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연구소장은 연구자가 다른 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하는데 필요한 최저 금액이라고 판단해 이를 추진했고, 결국 대통령도 이를 수긍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일화에서 과학자가 대통령보다 많은 급여를 받은 사실보다는 국가가 과학자에게 한 '대접'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 사람, 우리를 잘살게 해줄 사람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이 대접이 처우의 기본인 것이다. 그 당시 유치된 과학자들이 열악한 연구 환경에서도 밤새워 연구한 것은 대통령보다 높은 급여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국가의 믿음과 대접에 대한 보답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과학자들에 대한 대접은 어떠한가. 처우가 낫다고 해서 무조건 대접이 형편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형편없는 대접에서 높은 처우가 나올 리는 만무하다. 대접받지 못하면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접받지 못한 출연연 연구자는 대기업으로 그리고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들의 빈자리는 신진과학자로 다시 채워지지만, 과학자들에 대한 대접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들 또한 같은 길을 갈 것이고, 이것이 반복될수록 출연연의 경쟁력은 낮아져만 갈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출연연 과학자의 처우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와 출연연이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첫째는 선별적 개선이 아닌 보편적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줄 세우기가 선행된 선별적 처우 개선은 과학자들의 동감을 끌어내기도 어렵고, 나아가 전체적인 출연연 과학자의 위상 격상에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연구자 개개인에 대한 성과 보상은 인센티브의 영역이지 처우와 대접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운영 중인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 제도가 현장에서 출연연 과학자의 처우 개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둘째는 단순한 처우 개선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자를 대접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입하여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대접에 기반한 처우와 복지가 필요하다.
낮은 급여와 부족한 복지로 매일 같이돈 걱정, 집안 걱정에 빠진 연구자가 어찌 연구에 몰입해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다른 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해야 한다'라는 60년 전의 그 철학을 되새겨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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