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공영방송 이사 선임… 野 이진숙탄핵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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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운영과 공영방송 3사(MBC·KBS·EBS) 이사 선임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사생결단 국면에 돌입했다.
국회 몫 3인 방통위원이 공석인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2인으로 의결하게 되자 민주당 측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야당 단독으로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하더라도, KBS와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온 MBC를 관장할 새 이사진 선임 절차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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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운영 놓고 여야 사생결단
방송통신위원회 운영과 공영방송 3사(MBC·KBS·EBS) 이사 선임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사생결단 국면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31일 대통령 몫 2인으로 지명된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 임명안을 재가했고 두 사람은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앞서 국회 단독 과반의석인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장관급 후보자로선 이례적인 3일간(지난 24~26일)방통위원장 청문회를 가졌으나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을 30일 당일로 한 뒤, 기한이 경과한 이날 오전 이 위원장을 곧바로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날 오후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진의 후임자들을 선임하기 위한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었다. 국회 몫 3인 방통위원이 공석인 가운데,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2인으로 의결하게 되자 민주당 측은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탄핵안 발의 후 1일 국회 본회의에 즉시 보고하고 이르면 24시간 내 표결하겠단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는 8월12일, KBS 이사 11명의 임기는 8월31일까지다. 정치권 관행상 여권 몫인 방문진 이사 6명, KBS 이사 7명을 채워넣는 수순이다. 야당 단독으로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하더라도, KBS와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온 MBC를 관장할 새 이사진 선임 절차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겨냥한 사법리스크 의혹을 키웠다. 과방위 야당 의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의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공여 의혹을 밝히기 위해 오늘 오후 대전 관할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사받고 처벌돼야 할 사람을 방통위원장에 임명한 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방송장악 독재라고 주장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방송장악과 헌법정신 파괴 선언"이라고 가세했다. 야당에선 "사흘 간 인사청문회와 현장검증을 거쳐 도저히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없단 국회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재송부 기한 하루 딱 주고 임명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이 탄핵소추 의결을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상임위원은 야당의 탄핵 시 직무가 중단되기 때문에 자진사퇴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민주당이 최민희 방통위원(현 민주당 의원·과방위원장) 임명 불발 이후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해온 행태를 비판하며 맞섰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2인 체제를 빌미로 방통위원장 탄핵을 연거푸 강행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국회는 야당이 절대다수다. 이 위원장 임명이 방송장악 시도란 민주당 주장 및 선동은 모두 허구"라며 방통위 5인 체제 복원 책임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공영방송은 국민의 재산인 지상파를 이용하는 국민의 방송이다. 방송종사자, 특히 언노련(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방송노조의 것이 아니다"고도 했다.
방통위는 이날 2시간 가량 진행된 비공개 회의 끝에 방문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익범 법무법인 허브 대표 변호사 등 6명을 임명했다. 방문진 감사는 성보영 쿠무다SV 대표이사가 맡고, 나머지 이사는 추후 논의하기로 의결했다. 기존 방문진 이사 임기는 다음달 12일까지다.
또 방통위는 KBS 이사로 권순범 KBS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KBS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이인철법률사무소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심위 5기 상임위원 등 7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했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바로 임명하고,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KBS 이사 임기는 다음 달 31일 끝난다.
이 방통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으로부터 '임명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의결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법과 절차에 따라서 했다"고 답한 뒤 정부청사를 떠났다.
한편 '이진숙 체제'의 공영방송 이슈 속도전과 뒤따른 정쟁으로 미디어·IT(정보기술) 업계 등에선 시급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기호·김나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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