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필리버스터’ 김용태 “‘이재명이즘’이 민주주의 무너뜨리고 있어”
“무너진 민주주의, ‘사법리스크’ 가진 제1당 대표 이재명 때문”
“민주당 독주, ‘개딸’ 의식한 ‘나쁜 공명심’이 발휘되는 것”
“김 여사‧채상병 대처 아쉬워…채특검은 공수처 결과 이후 판단해야”
“김민전‧김재원의 이견, 당 건강하다는 것…민주당과 달라”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7월29일 국회 본회의장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한 사람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오전 8시32분부터 오후 9시46분까지(13시간12분)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에 맞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간 국민의힘 초선 김용태 의원이다.
단상에 오른 그는 야당을 향해 "EBS는 건들지 말라"고 외쳤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를 직격했다.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한 후 내려온 그를 추경호 원내대표가 포옹으로 격려하는 모습도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본회의장엔 그의 지역구인 경기 포천‧가평에서 견학 온 초중고 학생들이 참관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토론 도중 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환영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 의원은 7월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시작한 토론인 만큼, 기록으로라도 힘을 더하고 싶었다. 박선원 등 민주당 의원들에 맞서 상대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다"며 발언을 쉽게 멈출 수 없던 이유를 밝혔다. 국회의원으로서 보낸 2개월, 생각보다 더 큰 '무기력함'을 매일 실감한다는 그는 "이토록 민주주의가 무너진 데에는 전례 없는 사법리스크를 가진 제1당 대표 이재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13시간12분의 토론, 언제가 가장 고비였나. 이토록 오래 발언을 이어간 이유는.
"3시간 정도 경과한 때였나, 오전 11시30분 정도 지나니 목이 붓기 시작했다. 발에서부터 허리까지 고통도 서서히 올라왔다. 그래서 기존에 계획한 대로 4시간 정도, 1인분만 하고 내려가자는 생각도 잠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해놓고 오히려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들도 연일 나오지 않았나. 이런 분위기를 기록으로서라도 좀 바꿔보고 싶었다. 방송4법이 왜 통과되면 안 되는지 국민들께 최대한 설명 드리고 싶은 마음도 물론 컸다."
동료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말 많은 의원들이 연락 주셨고 또 찾아도 오셨다. 의원실에 선물 받은 비타민들이 쌓여 있고 공진단도 받았다. 당내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무력감이 깔려 있는 게 사실인데, 힘을 좀 드린 것 같아 다행이었다. 다만 당장 내일(8월1일) 또 필리버스터 정국이 시작될 것 같은데, 의원들 사이 기록 경쟁이 붙는 것 같아 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필리버스터 중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해 비판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운동권이즘', '이재명이즘'이란 표현으로 한 번 더 민주당을 저격했는데.
"드라마 《돌풍》 보셨나. 성역과 같던 운동권의 치부를 지적하는 드라마다. 민주당은 지금 자신들만 옳다는 '운동권이즘'(운동권+ism)에서 이제 1인을 우상화하는 '이재명이즘'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읽었는데 지금 이재명 전 대표와 개딸들이 장악한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가장 무너뜨리고 있는 존재라고 봤다. 과거 독재‧전체주의에 대항하며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역할을 했던 민주당이 역설적이게도 지금 전체주의화 되고 있다. 이러다 오는 10월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아무런 대안 없는 민주당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래의 민주당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물론 정부와 여당도 민주당을 국정 파트너로 더욱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는 윤석열 정부는 사법 딜레마 없고 깨끗하냐'는 비판도 있는 것 안다. 87년 체제 이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사법 딜레마는 항상 존재했다. 그동안은 여야가 합의제라는 관행을 통해 지혜롭게 갈등과 문제를 풀어갔다. 그런데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에 의해 합의제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상임위를 독식했고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켜버린다. 이러한 민주당의 폭주의 가장 큰 이유는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사법리스크, 즉 이재명 전 대표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이 전 대표의 안정적인 퇴진을 준비해야만 '포스트 이재명' '포스트 민주당'의 길이 열리고 다시 본래의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다."
변화 가능성 있을까.
"부정적이다. 요즘 상임위에서 보면 민주당 의원들이 반복적으로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당과 더 거칠게 부딪치고 더 세게 반발한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대표적 아닌가. 저는 이런 모습이 민주당 의원들이 갖고 있는 '나쁜 공명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개딸로 불리는 팬덤들의 열광을 얻기 위해, 유튜브 쇼츠 영상거리를 만들기 위해. 이게 결국 민주당을 더욱 구렁텅이로 넣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역시나 그 중심엔 이재명 전 대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의 단독 입법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정국 전반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은데.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는 자기가 갖고 있는 권한을 전부 다 쓸 때 찾아온다. 권한에 대한 절제의 미덕이 작동할 때 민주주의는 잘 작동된다. 지금 민주당은 다수당으로서 자신들이 가진 힘을 있는 힘껏 다 쓴다. 재표결에서 번번이 막혀 법안이 폐기될 걸 알면서도 독주한다. 물론 대통령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는 헌법상 권한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다. 여당 역시 입법을 막아달라며 대통령 거부권에 의존한다. 다들 장기판의 말처럼 스스로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상황이 무기력하다. 국민들 눈에도 우스꽝스러울 것이다."
여권에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해소해야 한다고 보나.
"다행히 이제라도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공적으로 관리할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특별감찰관 임명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걸 두고 '방탄용 아니냐'고 하던데, 제2부속실이 설치되면 예산부터 감시와 통제를 받게 되고 국정감사 대상이 된다. 이전과 분명 다를 것이다. 다만 대선 공약을 뒤집은 것이니 적어도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 앞에 나와 왜 약속을 번복한 것인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상병 특검법' 문제도 계속 정부‧여당을 향한 국민적 비판 소재가 되고 있다. 돌파구는 무엇이라고 보나.
"벌써 1년이 지났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빨리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종결시켜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의 대처가 너무 부족했고 부적절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좀 더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나서주셨으면 어땠을까 아쉽다. 이제라도 여당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께서 여당에 지금보다 조금 더 큰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하고 있는 '제3자 중재안'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저는 기본적으로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본 후 특검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하자는 입장이다. 일단 지금은 이 정도만 말씀 드리고 싶다."
당내 친윤(親윤석열)-친한(親한동훈)사이 갈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오히려 (친윤으로 꼽히는)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이 방송에 나가 한 대표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게 건강한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과는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 아닌가. 이런 이견들이 자유롭게 표츌되는 것이 건강한 정당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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